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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혜 Mar 28. 2016

아름다운 그대에게

열여덟 살, 내가 지독히도 사랑했던 너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




생각보다 시간은 빨리 흘러가고 있었다.
너와 내가 만나지 않은지도, 정확히 두 달 하고도 엿새가 지났다.




 너는 더 이상 나와 처음부터 모르고 지냈던 사람 마냥 나의 안위는 물어보지도, 물어볼 의지도 없는 것 같았다. 나는 너에게 무엇을 기대했는지 모르게, 왜인지 제멋대로 쓸쓸해져서 퍽이나 슬퍼지고 말았다.  


 너는 참으로 잔인한 사람이다. 너는 내가 없었던 그동안 나를 그리워하거나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 것만 같았다. 그간의 너를 보니 너에게 실로 헌신했었던 지난날의 나 자신이 조금은 후회스러워지기 시작하였다. 그때 대체 나는 왜 그랬나, 그 무엇을 위해 너에게 이렇게까지 헌신하였나. 나는 꽤나 깊은 고민에 빠져버리고 말아, 유행성 열병을 앓는 사람처럼 끙끙대며 며칠을 앓았다.


 연락조차 없는 너에게 나는 말했었다. 네가 이걸 고치지 않으면 나랑은 분명히 멀어질 거라고. 이 말을 듣고도 너는 개의치 않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한편, 네 스스로의 변명일지도 모르는 말들을 쏟아내었다. 난 원래 먼저 연락 잘 안 해. 그 말에 한동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을 하다, 하루는 그 분노가 끝에 치달아 너에게 따지듯 쏘아물었다. 그럼 너는 훗날 언젠가 네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도 그렇게 할 거야? 내가 쏘아붙이는 내내 너는 특별히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걸로 끝이었다.


 너를 만나고 있으면 그런 기분이 들었다. 가끔은 이런 때에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았으면 좋겠는데. 그러나 그런 생각들은 순식간에 구겨져 버려질 영수증처럼 버려지고 만다. 관두자. 어째 어째 해서 내가 네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하자. 그럼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멀어지고 말 거야.

너는, 나를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사람의 감정은 너무 솔직하기만 해서

나는 이제 어떤 말로 너를 표현해야 하는지

찰나의 순간에 잊어버린 것 같았다.



언젠가 우리가 만나지 않았던 이 시간들보다 더 길고 멀리 가서 우리가 좀 더 어른이 되면

그때,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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