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준기는 지난 6 개월 동안 한국 정부가 마련한 안가만 여덟 곳을 전전했다. 자신의 뜻으로 시작된 일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사토시가 되려 한 순간부터, 아니 AI로부터 자신이 지목당한 순간부터 예견된 일인지도 모를 일. 지금은 살아남는 게 중요했고, 살아있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한국 정부에 의해 보호받는 게 다행일지도 몰랐다.
인천 앞바다가 보이는 송도의 한 단독 주택으로 옮긴 건 1주일 전이었다.
안전을 이유로 두꺼운 방탄 유리 안에서만 지내던 6개월 여의 시간에 비해, 바다가 보이고, 해돋이가 보이는 송도의 안전가옥은, 백준기에게 그래도 살만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해변 안가는 평화로웠다. 밀려오는 파도 소리는 그에게 잊고 있던 안정감을 주었고, 경호팀과 기동순찰차가 24시간 번갈아 순찰을 돌았기에 최소한의 ‘안전’은 보장된 듯했다.
언제나처럼 영화를 보다 토요일 자정 무렵 잡이 들었던 백준기. 문득 눈을 뜬 건 약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였다. 그리고, 지난 6개월 동안과는 다른 불안감이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6개월 여 동안 무뎌져 갔던 그 느낌, 이었다.
낯선 정적.
이상하군.
늘 창밖에 서 있던 순찰차 불빛이 없었다. 복도 너머로 스며들던 무전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옷을 입고, 거실로 나가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 보았다. 역시, 아무도 없었다. 커튼 밖으로 종종 보이던 경찰차도 보이지 않았고, 1~2분에 한 번 정도는 나타나는 사복 경찰관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벽장에 숨겨 둔 백팩을 꺼내며 속삭였다.
차 대령님께 전화를 해야겠는…
그 순간—
― 탕! 탕! 쨍그랑!
유리창에 두 발, 창문이 깨지고 벽지에 콩크리트 파편이 튀었다. 중국어 욕설이 깨진 창밖에서 들렸다. 아직은 크지 않은 걸로 봐서, 그리 가까운 곳은 아닌 듯 했다. 백준기는 몸을 숙이고 뒷문으로 나가 비상계단으로 달렸다.
https://youtube.com/shorts/h5Olx5GbUGs
숙지해 둔 대피 통로를 빠져나오려 할 때 골목 끝에서 차량의 헤드라이트가 켜졌다. 안되겠다, 싶은 마음에 방향을 돌려 큰 도로 쪽으로 달렸다. 가능하면 골목을 활용하라고 들었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었다. 파도 소리가 안가까지 들리는 곳이었지만, 해변 옆 도로임에도 백준기에겐 아무 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 냄새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심장이 요동칠 뿐. 넓은 도로 양 끝에서 여러 대의 헤드라이트가 켜지고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탈출로가 막히는가 싶던 찰나, 검은 승용차 한 대가 급정거하며 백준기 앞에 섰다.
조수석 창이 내려갔다.
“빨리 타요, 위험해요!”
차안엔 젊은 여성이었다. 믿을만한 사람일까? 순간 멈칫했지만, 그 다음에 들리는 총 소리에 더는 망설일 수도 없었다. 백준기는 숨 돌릴 새도 없이 뒷좌석 문을 열고 몸을 구겨 넣었다.
― 탕! 탕!
운전석 옆 유리가 깨지며 여인의 왼쪽 어깨에서 피가 튀었다.
“악…. 꽉 잡아요…!”
굉음을 내며 차는 앞으로 튕겨 나갔다. 그리고 우회전을 하는 찰나, 또 한 번의 총소리가 들렸다. 순간, 피가 튀고 누군가가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차는 미끄러지듯 교차로를 돌다 중앙분리대의 물통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에어백이 터지고, 운전석 의자에 머리를 부딪힌 백준기는 정신을 잃었다.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 총소리가 계속 울리는 것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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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단 기술에 대해 연구하고 강의/컨설팅 활동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