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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루의 비밀 1

운명처럼 그렇게 다시 만난 머루에게서 볼 수 있었던 윤기 가득한 털! 그것은 거친 바깥 생활의 흔적과는 달리 유난히 부드러워 보였기에 머루의 털이 나는 정말 이상했다. 먼지와 흙이 달라붙은 채 굳어진 다리와 꼬리는 꼭 식어버린 떡처럼 딱딱하게 느껴졌다.  이런 모습과는 상반되게도 등에 난 털은 아주  영양이 가득한 것처럼 보였다. 이 에는 아주 커다란 비밀이 있었다.


머루는 알고 보니 길냥이였지만 '정착냥'이었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자리를 잡고 살며 그 주변을 자신의 영역으로 삼아 돌아다녔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네 주민이 만들어준 집도 있었다. 길냥이었지만 나름 집이 있는 '집고양이'였던 것이다. 그렇게 머루의 작은 비밀을 하나 알게 된 후에 다행히도 우리는 머루가 보고 싶을 때면 언제든지 찾아가서 머루를 만날 수 있었다. 다만 길냥이 답게 경계가 아주 심한 편이라서 우리는 언제나  무서워서 머루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우유를 따라 주고 뒷걸음으로 물러나 머루가 편히 다가와서 먹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


우리는 조금씩 관심이 생긴 고양이에 대해서 공부를 시작했다. 고양이의 종과 먹이 그리고 습성까지 하나하나씩 서서히 공부해 나갔다. 머루와 친구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친구의 시선과 마음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우연히 멀리서 "야옹~야옹~!" 고 정겨운 고양이 소리가 들려왔다.

"머루다!"  우리는 마주 보면서 신나서 동시에 외쳤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우리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반가움에 마구 뛰었다.

'헉헉, 아! 숨 차!' "머루다! 머루가 맞아!"

며칠 동안 갑자기 만나지 못해서 걱정을 많이 했던 우리는 머루를 만나자마자   반가움에 하늘 높이 날아갈 만큼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행복해졌다. 그런데 오늘따라 머루는 우리를 아는 척도 안 하고 멀리 바쁘게 자신의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머루의 앞길을 먼저 눈으로 따라가 보니 머루 앞에는 멀찍이 한 할머니께서 걸어가고 계셨다. 우리에게는 경계심이 그렇게도 강했던  머루가 신기하게도 그 할머니를 개냥이처럼 따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머루는 우리 곁에서 더욱더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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