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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경계선
Sep 14. 2019
어디선가 영성의 시대가 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성과 논리가 지배하던 시대에서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시대에서 이제는 개개인 내면 안의 영성에 따라 움직이는 시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영성에 관심이 생긴 것은 요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다. 자신의 호흡소리에 따라 몸을 움직이고 그 반복적인 행위를 하다 보면 어느샌가 내면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 경험을 통해 자연스레 명상과 영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요가 선생님이 추천한 오프라 윈프리의 <위즈덤>이 눈에 들어왔다.
<위즈덤>은 오프라 윈프리가 제작한 <슈퍼 소울 선데이> 프로그램에서 세계적으로 저명한 철학가, 종교인, 영성 지도자들과 진행한 200시간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이다. 오프라 윈프리는 본인에게 주어진 소명 중 하나가 사람들이 진정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스스로의 가능성이 어디까지인지 알고 자신의 비전을 확장하도록 서로의 생각을 연결해주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위즈덤> 에서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영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이야기하고, 바라보고, 토론하고, 정의를 내려보고, 해체한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네 명의 철학자의 대담을 소개해보겠다.
<위즈덤> 초반에 엘리자베서 레서가 영성을 정의하는 문구가 나온다.
"영성은 본능입니다. 영성이란 더 중요한 무언가를 갈망하는 것이고, 우리의 마음과 몸보다 더 숭고한 무언가를 추구하는 열망입니다."
또한 오프라 윈프리는 정의한다. "영성이란 모든 창조물의 에너지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내가 그 일부이고 그것이 내 일부임을 인식하는 것."
즉 영성이란 우리 내면 안에 존재하는 숭고한 열망적 에너지이며 이것은 각 내면 안에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비로소 발현되는 가치라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마이클 버나드는 진동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진동하는 존재입니다. 모든 존재에 에너지와 파장이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역할과 생의 목표가 이러한 파장과 일치할 때 우리 자신의 인생이 흐름에 따라 움직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과 조화와 평화의 진동 파장이 되면 그것이 밖으로 발산되어 우리의 삶 속에 나타나게 됩니다."
이 문구에 크게 동의했다. 각 존재의 주파수야말로 절대 속일 수 없고 조작할 수 없다. 일시적으로 어떤 이득을 취하기 위해 주파수를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한 존재가 일생을 살면서 만들어낸 고유의 진동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주파수는 살면서 충분히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의 의지대로 휙휙 바꿀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사랑을 원한다면 사랑이라는 것 자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 내 안에서 사랑이라는 주파수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나도 모르게 발산되어 외부에 존재하는 사랑과 주파수가 일치하여 나타나게 되는 현상이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조작과 인위가 있을 수 없다. 의지가 개입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에크하르트 톨레가 말한다. "깨어있는 의식에는 자아가 존재할 수 없다."
"자아는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 사이에 선을 그어 구분 짓는다. 그래서 '이것은 나이고 저것은 다른 사람이다'라는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영적 에너지는 같은 곳에서 나온다. 자아는 판단을 하고 남들과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갈등을 부추기고 적을 만들고 두려움으로 움직인다. 그런 순간에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이런, 내 자아가 지금 너무 나대고 있군' 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자아의 힘은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다."
흔히 자아를 발견하기 위한 여행, 자아를 되찾자, 라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나 또한 한때 내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이유가 내 스스로 자아가 없고 남의 말에 환경에 휘둘려 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나"라는 강한 자아에 집착하는 바람에 어떠한 다른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의 자아가 다칠까봐 상대를 다치게 하고 나의 자아를 발견하는데 정신이 팔려 내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 순간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파울로 코엘료는 말한다. "살면서 열정을 느끼는 일을 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입니다." <연금술사>에서 파울로 코엘료는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힘을 합쳐 그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돕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리고 이는 현실세계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끌어오고 스스로 희생자가 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스스로 희생자가 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희생자가 되면 많은 좌절과 실패가 정당화 되기 때문에, 현실 세계에서 정말 많은 숱한 사람들이 나도 모르게 우주의 부정적인 기운을 한데 모아 스스로를 실패로 몰아가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자신의 개인적 신화를 배신하나 이것은 단지 스스로에 대한 변명임을 깨닫고 순수한 마음 그 자체로 다시 한번 개인의 소명을 찾아 나서야 한다.
<위즈덤>을 읽다 보면 뻔한 교과서적인 모범 답안을 200개 늘어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들 수 있다. 책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열정, 행복, 용서, 사랑, 믿음의 단어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펼치기 전에 이 책을 읽고자 하는 이유가 있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위로가 받고 싶은 것인지, 조언을 구하고 싶은 것인지, 영성에 대한 탐구심에 의한 것인지.
지금 이 책이 끌린다면 왜 끌리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해보고 그 질문을 마음속에 담아둔 채 이 책을 시작한다면 그 질문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