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서두르지 않았다.
어딘가 모르게 로봇같아 보이는 삐걱대는 한 여자에게 다가갔다.
잔뜩 날을 세우고 행여라도 본인을 다치게 할까봐 긴장을 늦추지 않는 여자 곁에서 느릿느릿 맴돌았다.
분명 날 싫어하는 것 같진 않은데.. 중얼거리며.
그녀는 남자가 만나자고 하면 흔쾌히 수락했고
금요일과 토요일 혹은 본인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아낌없이 내주었다.
늘 친구들과의 약속이 많았던 그에게는 그녀와의 약속이 유일하지 않았으나
딱히 약속을 잡지 않는 그녀에게 그와의 약속은 유일할 때도 있었다.
그들은 아무런 사이도 아니지만 약속이라도 한 듯 일주일에 한번씩 빼놓지 않고 매주 만났으며
만날 때마다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손 끝 하나 스치지 않은 채.
그녀의 친구들은 그녀에게 말했다. 그가 널 좋아하지 않나봐.
그의 친구들은 그에게 말했다. 그녀는 너 말고 다른 남자가 있나봐.
..그런가?.. 그런가보지. 아무렴 어때.
남자는 여자가 놀라지 않도록 아주 조금씩 다가간다.
여자는 남자를 몰래 어루만져본다.
비로소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