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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머스썸머 Jan 03. 2021

1주차(01.01-03)

01.01
지난 한 달, 매일 글쓰기를 완주해버렸다. 그러고보니 그간 아무 생각 없이 빈 종이를 마주하고 써내려갔던 글쓰기(일기)가 삼일을 못 넘기고 끝나버렸던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나름 이것저것 절충해서 한 주에 한 번은 정리를 해보기로 한다.

새해 첫날 작년 오늘은 무얼 먹었는지/어디에 갔었는지 하는 것쯤은 곧잘 기억난다. 특별한 날이니까. 좀 가물가물하다해도 아이폰 사진첩을 열면 된다. 하지만 1월 2일은? 3일은? 그렇게 흘려보냈던 날들 사이에 느꼈던 감정, 생각했던 무언가를 어디엔가 남겨둔다면 2022년 1월 2일, 3일에는 좀더 내가 바라는 내 모습에 가까워져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로.

2021년 첫끼는 스시였다. 전날 마셨던 술이 조금 덜깬 채로.


01.02

올해 첫 토요일이다. (어제 점심식사를 제외하고)이번주 수요일 재택부터 내내 집에 있었다.
그동안 드라마 한 편(스토브리그)을 뚝딱 정주행해버렸다. 보는 동안에는 시간 가는 줄 몰라 참 좋았는데 끝나고나니 괜히 또 쓸쓸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아 큰 일이다. 두 달 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지난 12월내내 이별을 앓느라 온 시간을 쏟았는데 진작에 이걸 좀 볼걸 그랬다. 여전히 마음 한 켠이 시큰하지만 그래도 이젠 노래나 시 정도에 눈물이 나지는 않는걸 보면 역시 시간이 약이다. 행여 나중의 나여, 또 이렇게 이별의 슬픔이 찾아오거든(이 정도의 슬픔은 더이상 오지 않을 것 같지만) 떠올리자. 2개월. 집중해서 두 달이면 된다.

살아서 다시는 서로의 빈자리를 확인하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라니..

01.03

월요일 혼자 점심을 빨리 먹고 회사 근처 서점에 들러 사온 책 <명랑한 은둔자>를 읽고 있다. 유투브에서 추천받아 일단 사봤는데 2020년 잘한 일에 이 책 만난 것도 뒤늦게 추가하고 싶을 정도. 1990년대 중후반에 쓴 글들인데 어쩜 하나도 올드하지 않고 매 페이지마다 밑줄 긋고 싶어지게 하는지. 작가 소개 서두처럼 '지적이고 유려한' 글이 끊임없이 나온다. 안타까운 건 더이상 지금의 그녀가 쓰는 글을 읽을 수가 없다는 점. 번역가 김명남님의 '옮긴이의 말'에서부터 작가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내가 금요일 밤에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 찾는 레시피는 <뉴욕 타임스> 십자말풀이와 <호머사이드> 새 에피소드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개와 숲을 산책하는 일 위주로 돌아간다. (중략) 내 경우, 가장 중요한 과제는 고독과 고립의 경계선을 잘 유지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 둘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중략) 그날 밤 부엌에서 켈로그 만찬을 준비하며 내 집의 단정함과 조용함을 즐길 때, 그 시간이 고마운 선물이자 일종의 승리로 느껴졌다. 예전에 내가 애쓰며 괴로워했던 일들이 과거로 좀 더 멀리 물러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시리얼 그릇을 들고 거실로 가서 TV 앞에 자리 잡고 앉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정말로 명랑하게. 이게 내 집이야."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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