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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준상 Apr 09. 2020

엔트로피

북리뷰 - 경제

#엔트로피 #제레미리프킨

소유의 종말을 재밌게 보고 나서 저자의 다른 책들도 찾아 보기로 했다. 여기저기서 엔트로피나 열역학 제2법칙 같은 말을 본 적이 자주 있는데, 문돌이다보니 무슨 말인지 항상 모르고 넘어 갔었는데, 엔트로피라는 책이 있어서 먼저 보게 되었다. 근데 괜히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물리학과 관련된 책은 아니다. 열역학 제2법칙의 명제를 사회 경제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 보존 법칙이고, 제2법칙은 ‘고립계의엔트로피는 감소하지 않는다’라는 간단한 명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엔트로피는 에너지계의 쓰레기, 부산물 같은 것인데, 고립된 계에서는 한 에너지가 다른 에너지로 전환될 때, 부산물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그 부산물을 다시 유용한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또다른 엔트로피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서 자동차에 휘발유를 넣고 달리면 휘발유가 원래 가지고 있던 에너지 100% 중 유용한 에너지인 운동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은 일부이고, 다른 일부들은 열이나 다른 에너지로 분산되고 만다는 것이다.

명제 자체는 상식적이고 간단한데, 저자는 이것을 지구나 우주 전체로 확대해서 여기서 파생되는 내용들을 인문학적으로 풀어간다.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우주나 지구 전체를 봤을 때 고립계로 볼 수 있고, 그 안에 있는 에너지는 유한하고 엔트로피는 증가할 수만 있고 감소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대의 인류처럼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다보면 결국에는 종말이 올 것이라는 내용이다.

수긍이 안가는 이야기는 아니다. 에너지는 유한하고 썼던 에너지를 다시 재활용해서 쓸 수 없다면 결국 고갈될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얘기니까 말이다. 인구와 그 인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총량이 선형적이 아니라 지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고갈되는 시점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는 것도 납득이 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내용을 펼쳐놓으면서 에너지가 얼마나 남았다든지 그럼 종말까지 어느정도의 시간이 남았다든지 하는 자료는 하나도 제시를 안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책을 읽다가 으잉 하는 부분이 많이 생긴다.

책 후반부에 그럼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내용에 들어서면 더 가관이다. 에너지가 고갈되고 엔트로피가 가득차는 세상이 곧 오고 있으며, 그것을 막기 위해 우리는 현재와 같은 과소비를 버리고 최소한만을 소비하는 생활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다시말해 석기시대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인데, 그 설득력에 오금이 저려버린다. 이 부분이 책의 앞부분에 나왔다면 읽다 덮었을 건데 맨뒤에 나와서 읽다가 허탈함이 이루 말할수가 없었다. 엔트로피라는 책을 써서 독자들의 시간을 엔트로피로 바꿔버리다니.. 저자가 말한대로 세계 1/3의 에너지를 홀로 소비하는 미국 국민들이 현실을 자각하고 얼른 석기시대로 돌아가서 먹은 것을 소화하는 에너지 외에 다른 에너지는 소비하지 말고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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