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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정민 Jun 29. 2021

빨래는 망쳤지만 마음은 구한 걸로!

<나를 키우는 육아>

"여보~ 잠깐만. 나 OO데리러 가야겠어."

점심 무렵 걸려온 남편의 전화에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고 있을 때였다.

창밖이 흐려지며 빗가 한 두 방울 떨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후드득.

열어놓은 창문들을 닫고 나갈까 했지만
교문까지 비를 맞고 나올 아이를 떠올리며 얼른 우산을 챙겨 내달렸다.
혹시 엄마가 데리러 오지 못할 아이 친구들을 위한 여분의 우산도 함께.

집을 빠져나와 얼마 가지 않았는데 아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아이는 세차게 내리는 비를 피해 친구와 함께 처마 밑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달려가던 나를 발견한 아이는 "엄마!"하고 반가움을 표했다.

곁에 있던 아이 친구에게 집까지 데려다주겠다 하니 엄마가 오기로 했다며 기다리겠노라 했다.

아이 친구의 말속에는 비 오는 날 엄마가 자기를 위해 올 것에 대한 기대가 한껏 서려있었다.
그 설렘을 망칠 수 없어 가져온 우산을 빌려주겠다는 말을 삼킨 채 처마 밑에서 친구의 엄마가 올 때까지 함께 기다리기로 했다.

얇게 떨어지던 빗줄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굵은 장맛비가 되어 내렸다.
그 비를 보고 있다 갑자기 번뜩.

"아. 맞다. 빨래! 밖에다 빨래 널어놓고 왔는데"

나오는 길에 창문을 닫고 왔더라면 바깥에 널어놓은 빨래를 보았을 텐데, 비 맞을 아이 생각에 서둘러 나가느라 빨래를 망쳐버렸다.

아이 친구를 엄마와 함께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기를 위해 한 걸음에 달려온 엄마가 좋았는지 아이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빨래는 망쳤으나
네 마음은 화알짝 펴졌으니
그걸로 된 걸로~^^;

빨래 널기 무지 귀찮은데

하루에 두 번씩이나 하게 되다니.ㅠㅠ

어찌 딱 그때 비가 오고 금세 그치는지...

덕분에 다시 햇볕에 말릴 수 있었음에 감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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