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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통 Apr 02. 2016

'세계'를 지켜라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을 보고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보고 집으로 가는 길에 서점에 들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에세이 '걷는 듯 천천히'를 샀다.

영화의 여운이 너무 강해서 어쩔줄을 몰랐던거다. 그 여운을 책으로 삭히려 했건만, 더, 화르르 타오르고 말았다. 이런이런.


내가 처음 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원더풀 라이프'였다. 십여년전에 본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머나 뭐 이런 영화가 다있지 싶을 정도로 무진장 좋았다. 이미 이 세상의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저세상으로 가기전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영화로 찍는 곳. 그 곳에대한 영화다. 내용은 판타지임에도 그 일상의 결이 담담하고 섬세해서 굉장히 실제처럼 느껴졌다. 영화를 보고나니, 아, 산다는 건 괜찮은거구나. 하는 감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한동안 '원더풀 라이프'였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 영화는 '원더풀 라이프'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나니,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구나하는 요상한 깨달음이 있었고, 아 역시 내가 믿고 싶었던 것이 맞구나라는,마치 은혜받은 듯한 뭉클함이 있었다. 이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영화도 보기 전, 예고편만으로도 눈물이 났었다.

어쨌거나, 감독의 에세이집을 읽고서 너무너무 이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쿠루리의 음악도 잠자던 컴퓨터하드에서 다시 꺼내 들었다.

아, 쿠루리의 음악을 듣고 있자니 뭐든 탈 것을 타고 어디론가 가고 싶어졌다.


   



다시 본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그동안 변해있었다.

영화는 나에게


어이, 어디 좀 기차타고 다녀오지 그래.


라고 말하고 있는 거다. 이번에 다시 보니, 큰 형 코이치 역에 몹시도 감정이입이 됐다.

너는 무엇을 원하냐고. 왜 그렇게 속상해하고 조바심을 내고 기적을 바라냐고


"나는 네가 너 자신보다 다른 걸 생각하길 바라. 음악이나 세계 같은 것."





'사랑하는 자식에겐 여행을 시켜라'라는 말이 있다.신칸센이 스치는, 에네르기가 충만한 그 기적의 순간, 코이치는 차마,(그의 간절한 소망인 화산폭발) 세계를 멸망시킬 수 없었다.
세계에는, 꾀병프로젝트를 도와준 양호선생님의 체온계가 있고, 산들산들 코스모스가 있으며, 우락부락한 담임선생님의 단단하지만 따뜻한 지원이 있고,수영후 동생과 통화할 때 먹는 아이스케키가 있으며, 사기당하기 딱 좋을 정도로 착한, 처음보는 노부부가 있고,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중독성있는 하얀 떡이 있다.아이는, 너무 많은 것이 있는 세계를 보고말았다. 그리고, 본인에게 세계를 멸망시킬 힘도 구할 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기적의 순간 아이들이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외치는 소원장면은, 아주 눈물이 나서 혼났다.

그리고, 보통의 어린이들의 이런 모험이 담긴 영화의 전개라면 경찰이 아이들 부모님에게 전화를 하고,부모님들이 걱정을 하고 난리가 났겠지만, 어른들이 가만히 있어줘서, 너무 좋았다. 아이들이 세계를 보고오기까지 기다려주어서, 덕분에 아이들이 부쩍 자랐다. 그래서 코이치가 집앞에 도착했을 때, 아이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깔리던 쿠루리의 음악도 잠시 뚝 그치고, 우리모두 울컥한거다.아, 이 영화는 앞으로 또 어떻게 변할 것인가. 나는 나중에 보게 될 이 영화가 매우 궁금하다. 그때 나는 이 영화에서 무엇을 보게될까. 이 영화라는 '세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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