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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임 Mar 11. 2019

엄마라는 존재

고통 속에서도 아이보며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존재

2019년 3월 6일, 탄생.


3월 5일 오후부터 유도분만으로 진통수치 120이상을 찍고 진통간격이 2,3분을 기록해도 자궁문은 계속 1센티에서 변화가 없었다. 1박 2일 동안 이어진 유도분만은 열번의 내진과 극심한 허리통증, 그리고 자궁수축제로 진통을 겪고나서도 효과가 없다는 것을 수없이 확인하고 나서야 끝이 났다.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수술을 해야했다. 그렇게 하루가 미뤄져 모리가 태어난 3월 6일은 경칩이었다. 남편은 그전부터 봄이라는 이름을 짓고 싶어했는데 3월 6일, 하필 경칩에 태어난 모리는 남편의 바람대로 탄생자체가 봄을 알리는 아이가 된 거나 마찬가지니 그 이름을 짓는 것에 나도, 가족들도 모두 동의해 이봄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유도분만 후 제왕절개라는 최악의 상황을 늘 피하고 싶었는데 아이가 원하는 날이 전날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예정일에 맞춰 모리가 3월6일에 태어났으니 그 정도 고생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술 후 뭔가 잘못 된 듯 극심한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마취가 풀리기 전엔 안 아파야하는데, 또 여기 병원의 경우 페인버스터라는 국소마취제를 추가로 투여해서 삼일 정도는 다들 어느 정도 걸어 다닐 만큼  아프고 그 이후 무통과 페인버스터를 떼면 통증이 심하게 찾아오는데 나는 그것을 달아둔 자리가 첫날부터 너무 아팠다. 결국 다음날 하루만에 제거를 했지만 그 부작용으로 살이 타는 듯한 고통이 6일째인 여태까지 지속되고 있다. 걸어야 하는데 걷기만 하면 진통제 투여여부와 상관없이 살이 타는 통증이 와서 봄이에게 수유를 하는 것도 면회를 하는 것도 어려웠다. 정맥주사를 맞을 때 자리를 못 찾아 바늘을 네번이나 찌르는 게 너무너무 아프고 억울하다 생각했는데, 내진이 아프다고 생각했는데, 유도분만을 하다 수술하는게 억울하다 생각했는데, 항생제 테스트가 너무 아프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지금 겪는 통증에 비하면 1/100수준이랄까. 초반에 나는 그것을 모르고 둘째날 많아 걸어야 한다고 해서 걸으려다 몇번이나 몇십분 동안 식은땀을 흘리며 칼로 살을 베거나 살이 타는 듯한 통증을 느껴 신음해야 했고 움직이지 않으면 괜찮다는 걸 알게 됐다. 다행히 모자동실을 통해 아이를 방에서 볼 수 있어서 내가 나갈 수는 없었지만 애타게 보고 싶었던 봄이를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참 함들게 내 가슴에 한 아이가 안겼다. 상상해본 적 없는 고통 속에서도 아이를 보니 벅차고 기뻤다. 이 아이가 내속에서 10개월을 자라준 것에, 이렇게 건강하게 잘 컸다는 것에.
그리고 내가 누군가의 엄마가 되었다는 것이 실감났다. 어떤 고통을 겪더라도 아이가 건강하다면 기뻐할 수 있고, 아이 때문에 참을 수 있는 바로 그런 존재, 엄마 말이다.


#제왕절개#유도분만#출산#페인버스터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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