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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임 Nov 05. 2022

이태원 참사 책임자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표정

진정 사과해야 할 이들은 누구인가

https://v.daum.net/v/20221104191539781


오늘 퇴근길에

제발 시간을 일주일 전으로 되돌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차마 무슨 말을 쓰기도

감히 어떤 애도의 글도 쉽게 쓸 수가 없었다.

그날 이후로 아침에 눈을 뜰 때, 샤워를 할 때, 잠에 들기 전까지 사진으로 영상으로 쓰쳐지나간,

거리에 있던 젊은 친구들 얼굴이 눈앞에 계속 어른거렸다.


난 그날부터 괜찮지 않았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어떤 상태일까 상상하기도 무서웠다.


그날 밤 12시쯤 잠들려다 카톡에서 우연히 사건 사진을 접하고, 새벽 2시 반까지 잠들 수가 없었다. 50명, 100명의 사상자 숫자를 뉴스에서 보고, 제발 사망자는 적고 모두 다친 사람이기를 기도하며 잠을 겨우 청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150여 명 사망했다는 뉴스를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길에서, 그것도 우리 집에서 이렇게 가깝고 나도 수십 번 가 보았던 이태원에서 이런 일이 날 수 있지?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6호선 라인에 살고 있어서 이태원 식당에서 회사 동기 친구들 만나서 저녁을 먹은 일이 20대에는 다반사였다. 그곳은 그냥 우리에겐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이국적인 음식을 먹으러 가는 인기 약속 장소였다. 그날 많은 사람들이 예전의 나처럼 이태원 1번 출구 근처에서 친구들을 만나려고 했을 것이다. 그냥 거기에 내가 서 있는 것 같은 생각에 나에게도 아무렇지 않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는 생각에 무섭고 소름이 끼쳤다.


몇 달 전 인도네시아 경기장에서 압사사고로 130여 명이 사망한 것을 보고, 같이 티브이를 보던 엄마에게 아직도 저런 나라가 있네라고 했던 내 자신을 원망했다. 그보다 심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였다.


이태원 참사는 인도네시아처럼 갑자기 경찰이 발포해서 도망가야 했던 경기장도 아니고, 인도처럼 다리가 무너진 것도 아니고, 미국처럼 총기난사도 아니었다. 그냥 지나다니는 길에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참사를 당했다는 것이, 더 큰 충격이었다. 도무지 이 상황이 며칠간 납득이 되지 않았다.


왜 대체 왜.


세월호와 같은 어이없는 일이 계속 생겨야 하는건지. 왜 어리고 젊은 청년들이 힘없이 그렇게 떠나야 하는 것인지.


참사가 터진 다음 날 저녁.

이번 참사의 책임을 과연 누구에게 세상이 묻게 될까 생각했다.


그리고 역시 그 책임을 두고

뉴스의 프레임이 매일 바뀌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현장에 왜 갔냐 아무 죄 없는 군중 탓, 핼러윈이 변질됐다며 왜 놀러 갔냐고 젊은이들을 탓하더니, 그다음엔 누가 밀었다 토끼 머리띠를 잡겠다고 하고, 그마저 안 통하니 이제 일선 현장 지구대 경찰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


그쯤 되니 뉴스를 보면서 더 화가 났다.

정말 저게  참사의 근본 원인이고 저 사람들이 책임자들이라 생각하나. 저게  정말 이번 참사 원인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거냐고. 언론에 따져묻고 싶었다.


마구잡이로 정보를 뿌리는 대로 나오는 기사들도 화가 났다.


국민들도 이쯤 되니 괘씸한 마음이 드는 것 같다.

지원인력 없이 고생한 이태원 파출소 경찰들을 난도질 하니 이제 그 분노는 다시 경찰청장, 대통령에게 향하고 있다. 부디 직무유기를 한 자는 누구였는지 제대로 파헤쳐주길 자란다.


어쩌면 경찰청장이 자신이 그날 부재한 것을 숨기기 위해 녹취록 공개를 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을 지키기는커녕 자기 하나 살고자, 휴가가 아니라 휴무일도 반납한 채 일하고 있던 현장 경찰관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 것 아닐까. 오늘 기사에서 경찰청장의 부재를 듣고, 상황실장의 부재를 듣고 한번 더 충격을 먹었다.. 진짜 다 뭐하는 인간들이야 그래 놓고 저들을 사지로 밀어 넣는 윗선들이라니…


자기들의 권한과 지휘책임이 뭔지도 제대로 모르는 이들이  그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이런 중대한 사안에 대응을 못하고 사고가 터지는 것인데

자기들 책임도 모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기에

그래서 여전히 자신들의 잘못도 모르고 뻔뻔하기까지 하다.

개탄스럽다.


대통령, 국무총리, 용산구청장,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에게 이 경찰관처럼 이런 비통한, 후회 가득한 얼굴을 본 적이 있는가.


심지어 외신기자 앞에서 농담이나 하는 게 이 나라 국무총리였다.  그게 참사를 대하는 총리의 자세인가. 이 애통하고 허무한 죽음이 그렇게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건가. 정말 전 세계에 한 나라의 지도자라는 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김백겸 경사의 고통과 표정이 사진으로도 느껴져서 나도 다시 또 함께 슬픈데… 국가지도자가 보인 애도에는 저런 표정이 없었다. 사과도 없었다.

그들은 애도기간만 선포하고 진정 애도하고 있는가?


경찰관들 소방관들 현장에서 도운 많은 시민들이 오히려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다.

지금 고통을 받아야 할 사람은 저들이 아니다.

저들에게 고통을 준 당신들이어야 한다.


권한에 걸맞은, 위치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지 못해

면목이 없다고 사과해야 하는 건 쉬지 않고 현장에서 고군분투한 경찰이 아니라 바로 당신들이다.


20명의 경찰 인원이 13만 명을 대응한다는 것은,

인파 가득 찬 축구경기장 2개를 20명이 관리하는 수준이라 한다.


현장 경찰관들의 다급한 요청도, 사전 지원 요청도 묵살한 것은  누구였는가. 멀쩡한 청와대를 두고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겨 많은 경찰력을 허비하고 있는 것은 누구였는가. 위기를 지휘할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었는가.


목이 터져라 죽어가는 시민들을 보며 부르짖던 이들이 왜 더 고통받아야 하는가. 친구를 만나러 거리를 나선 청년들이 왜 무참히 죽어야 했는가.


무한 책임은 바로 당신들에게 있다.

아무리 피하려 노력해도 결국 피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Ps.

이 분노와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생존자와

위로받아야 할 이들을 잊지 않기 위해 두서없이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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