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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정 Feb 09. 2022

운동을 합니다

제로웨이스트 근육 만들기

운동을 하고 있다. 수영? 달리기? 축구? 수많은 운동이 있지만 내가 하는 운동은 Exercise가 아닌 Movement이다. Movement 단어를 눈으로 보고 입으로 무브먼트라고 말하고 보니 의미가 궁금하다. 사전을 꺼내 단어를 찾아보니 1. 몸, 신체 부위의 움직임 2. 장소의 이동 3.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벌이는 운동 이란 의미가 있다. 내가 하는 운동은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벌이는 운동에 가까운데 이번엔 '조직적'이라는 단어에 고개가 기울어져 '조직' 단어 찾아보았다. 1,2,3 나열하는 의미에서 2.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개체나 요소를 모아서 체계 있는 집단을 이룸 찾았다. 내가 하는 활동은 모임이니.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체계가 우리에게 있을까?' 싶어 또 한 번 사전에서 단어 찾기를 해볼까 싶지만 이러다 모든 이야기가 뜻풀이로 끝날 것 같아 여기서 멈춘다. 내가 하는 운동Movement는 작은지구를 위한 실험실(이하 작은지구)이란 이름을 가진 환경모임이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로 일상으로부터 제로웨이스트를 알리며 대화모임, 워크샵, 제로웨이스트 장터, 캠페인 등으로 활동을 펼치고 접는다. 


영어와 다르게 생김새가 한국어로 똑같은 단어인 '운동'은 의외로 비슷하다. 분야(종목)도 있고 할수록 요령이 생긴다. 꾸준히 하다 보면 갈팡질팡 휘청거린 몸에는 꼿꼿한 힘이 생기고 잠시 쉬었어도 다시 시작하면 몸이 기억하고 움직인다. 근육이 붙을수록 요령이 생겨 이전보다 수월하게 운동하듯이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 힘든 운동도 버틸 수 있다. 이쯤 되면 어떤 운동 이야기일까? 퀴즈를 낼까 싶지만, 가 운동Exercise 그렇듯 운동Movement도 그렇다. 두 운동 모두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시작했을 때 뿌듯함은 사라지고 발전없이 반복하여 행동한다는 느낌에 정체되는데 나에게 정체가 왔다. 왜 정체가 왔을까?


처음 지역에서 제로웨이스트 운동Movement을 하면서 신이 났다. 흔히 운동Movement을 한다 말하면 다양한 표정과 몸짓이 얽힌 여러 시위 장면을 떠올리는데 내가 하는 운동Movement의 장면은 달랐다. 운동Exercise에 비유하자면 유산소 운동과 같아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시작하였고, 같이 해보자 권유하기도 쉬웠다. 덕분에 제로웨이스트 운동Movement에 함께하는 새로운 얼굴들을 자주 보았다. 그래서 신이 났다. 이전에 경험한 운동Movement은 헬스클럽장의 근육 단련장과 가까운 느낌이었다. 근육 단련장엔 새로운 사람들의 얼굴보다 늘 그곳을 지키는 소수의 사람들만 있듯이 근육단련장 같은 운동Movement 현장에 가면 삼엄한 얼굴들이 지키는 현장은 마음이 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허했다.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함에도 운동Movement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필요하고 중요하지만서도 모든 운동에 나 또한 자리하지 못하였기에 알고 있었다. 강도높은 운동의 고단함을.


운동Movement의 현장을 벗어나 궁금과 고민이 굴곡진 시간을 지나고 코로나 시대로 망가진 환경의 단면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제로웨이스트 운동Movement을 시작하는데 이번엔 무언가 달랐다. 2021년은 모든 상품에 '지구' '환경'이 없으면 말을 만들 수 없는 걸까 싶을 정도로 모든 상품에 지구와 환경 단어가 쓰였고(환경의 가장 큰 주범의 하나인 화력발전소까지 지구와 환경을 말했다. 너가?) 지구 그림이 자주 보였다. 제로웨이스트가 대화 주제가 되었고, 조금 더 먼저 제로웨이스트 운동Movement을 했다는 이유로 내게 궁금한 것을 질문하거나 어떤 것부터 해야 하는지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친구들뿐만 아니라 모임, 단체, 기관 곳곳에서 작은지구에서 말하는 제로웨이스트에 관하여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강의를 요청하기도 했다. 몇 발자국 조금 더 행동한 사람인데 제로웨이스트 분야의 선구자처럼 이전과 다른 관심을 받았다. 제로웨이스트 운동Movement의 필요성을 반복하여 말하는 일이 피곤하면서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100가지 늘어놓으며 포기하기보단, 오늘과 내일 다른 재미를 발견하면서 운동Movement은 계속되었다. 재미가 진해질수록 제로웨이스트에 대해 대안 용품을 찾고 생활재를 만들던 것에서 시스템 오류를 살피고 정책을 살폈다. 내 운동은 유산소 운동에서 근육단련장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근육단련장 입성기를 듣기 전 제로웨이스트가 뭐냐면! 쓰레기를 0으로 만드는 일을 제로웨이스트인데, 실천방법으로 5가지를 공통약자 R을 붙여 5R이라 부른다. 좀 더 세밀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좋아하는 나는 제로웨이스트를 널리 알린 비존슨의 5R에서 나아가 책<이제 쓰레기를 그만 버리기로 했다> 저자 케이트 아넬의 7R이 더 마음에 든다. 제로웨이스트 용품 구입하기는 플라스틱에 비해 비교적 빠르게 땅으로 썪어 환경을 영향을 줄이는(Reduce) 일이다. 그 외에 순서를 살피자면, 거절하기(Reject) <줄이기(Reduce) <재사용(Recycle) <수리하기(Repair) <재활용(Reuse) <퇴비화(Rot) <대응하기(Respond) 순이다. 제로웨이스트는 제로웨이스트 용품을 구입하는 일 말고도 다양하다. 물건을 거절하기,  용기(물건을 담는 용기뿐만 아니라 마음의 용기도 포함)를 들고 다니기, 퇴비함을 만들어 음식물쓰레기를 흙으로 돌려보내기 등 무궁무진한데 제로웨이스트를 검색하면 물품 정보만 가득하다. 물론 그 물품조차 귀했던 적도 있다. 제로웨이스트 운동Movement을 해보자며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내가 사는 지역에 제로웨이스트샵이 없었다. 물품을 구하려면 보부상처럼 거리를 이동하거나 택배 주문을 해야 하는데, 2020년 상반기만 해도 코로나로 지역 간 이동이 강하게 자제되고 택배 주문량이 증가하면서 택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의외로 없는 것이 많은 경기도에 사는 경기도민은 없는 것이 없는 서울로 필요할 때면 쉽게 구하러 나갔는데, 지역을 넘어 이동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니 제로웨이스트 시작을 위한 물건 하나하나가 쉽지 않아 아쉬웠다. 이때, 동네에서 일상으로부터 제로웨이스트를 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구할 수 있어야 해야 함을 느끼며 작은지구가 시작되었다. 그러다 작은지구 모임을 함께한 친구의 빠른 행동력으로 2020년 하반기에 수원에서 제로웨이스트 첫 가게가 생겼다. 가까운 거리에 기뻤고 당시 제로웨이스트에 관해 궁금한 게 많아 필요한 것을 자주 요청했고, 친구는 큰 어려움 없이 구해줬다. 만능 상회를 얻은 것 같은 새로움과 호기심이 넘쳐날 즈음 제로웨이스트샵이 동마다 하나둘씩 생겼다. 그렇게 현재 내가 사는 지역, 수원에는 8개의 제로웨이스트 상점이 있다. 


제로웨이스트 물건은 넘쳐나고 이슈와 이야기가 폭발적으로 증가(물론 수도권이기에 가능하다 생각한다)했지만 재미없어졌다. 운동 정체기가 왔다. 새로운 것이 많은데 왜 재미없을까? 물음표를 던져보니 비슷한 운동Movement의 흐름 하나가 생각났다. 굿즈로 후원하기.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트위터로 알게 되면서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고자 실시간 올라오는 소식을 확인하고 연대가 필요한 일에 후원하고 굿즈를 받았다. 바쁘게 텀블벅과 트위터를 번갈아 들어갔을뿐인데 중요한 일을 해내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운동Movement에 있어 후원은 때론 움직임보다 강력한 힘이지만, 좁은 생활비의 틈을 내어 후원하는 일은 후원했다는 기쁨보다 삶을 좀 더 퍽퍽하게 만드는 기분이었는데 후원을 하고 굿즈를 받는 일은 뭔가 좀 달랐다. 후원했다는 인증으로 돌아온 배지, 양말, 티셔츠, 컵, 책 등으로 삶에 꼭 필요하지 않지만 여분으로 두는 일은 괜스레 삶을 풍요롭게까지 느끼게 하였다. 풍요로운 기분으로 뿌듯한 느낌을 주는 후원은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로 뭔가 이상했다. 굿즈는 후원보다 굿즈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이끄는 장치가 되지만, 굿즈를 받는 즐거움으로 후원하는 일과 후원을 하였더니 굿즈를 받은 일이 늘어나면서 엄청난 고액의 후원자가 아닌 나는 스티커, 펜, 배지 등을 비슷하게 받았고 책상 한켠에 쌓여갔다. 여러 후원을 반복하면서 어느새 지구를, 인권을 구하는 일까지 후원을 위한 굿즈인지, 굿즈를 위한 후원인지 알 수 없을 때 즈음 마음이 허전해졌다. 바쁜 시간을 후원으로 대신하는 일은 통 큰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책상에 놓인 굿즈가 후원의 전부였을까 생각은 점점 짙게 남았다. 쌓인 굿즈들을 정리하고 굿즈로 후원하는 일 대신 운동Movement을 시작하였다. 운동Exercise과 비교하자면 운동Movement 없는 후원은 유튜브로 운동 동영상을 열심히 보고 운동 했다는 느낌에서 나와 운동을 했다. (어떤 운동이야기냐면, 두 운동 모두!) 


앞으로의 제로웨이스트 운동Movement은 유산소 운동에서 멈추지 않고 코어를 기르기 위한 근육 운동도 함께여야 한다. 코어 없이 달리기를 하다 건강을 얻기는 커녕 무릎 관절이 닳는것처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시작했는데 플라스틱 대신 지구를 위한다며 여기저기 종이 포장재로 둘둘둘 싸는 일에 다시 생각해봐야한다. 플라스틱의 기원을 쫓아가며 과대한 종이 사용으로 인한 나무를 보호하고자 하여 개발하였는데, 다시 종이로 돌아간다면 어떻겠는가? 그간 제로웨이스트 운동Movement을 이끌었던 소비가 하나의 방법이지만 전부가 되지 않는다. 유산소 운동에서 갑자기 근육단련장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만 일주일에 한 번, 두 번 수를 늘리다보면 근력이 생길 것이다. (어떤 운동이냐면, 물론 두 운동 모두!) 한국인에게 삼세번 새로운 마음을 먹을 기회가 온다는데, 두번째 기회인 진짜 새해라 말하는 설날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다시 운동하자 다짐해보자. 못했다면 세번째 기회인 새학기 3월에 다시하면 된다. 그리고 이왕이면 같이 하자. 혼자 하면 오늘은 하고 싶어도 내일은 포기하고 싶어 진다. 같이 걷고 같이 뛰자. 어떤 운동을 같이하는건지 묻는다면, 운동Exercise은 내 건강만을 위하지만 운동Movement은 더 넓게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의 건강까지 위하니깐 무브먼트도 시작하면 어떠할까? 물론 둘 다 하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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