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리는 늘 벤치였는데 #우승이라니 #브런치북9회대상
골든글러브를 받는 기분이 이런 걸까요?
알 수는 없지만, 골든글러브를 받은 느낌입니다.
제 자리는 늘 벤치였는데, 갑자기 마운드 한가운데로 나간 느낌이기도 하고요. 생각해보면 글은 혼자서 쓰니, 키보드 위에선 제가 투수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야구가 그렇듯 어디 투수 혼자 경기가 되나요.
제 주변에는 좋은 글을 쓰는 많은 이름 없는 위대한 작가들, 독서가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때때로 시를 쓰고 읽었습니다. 에세이를 썼고, 그림을 그렸고, 소설과 시나리오,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모자람이 많다고 버리고 싶었던 글을 제 대신 붙잡고 응원해주기도 했습니다. 벤치에서 언니들을 응원하던 그날의 저처럼요.
그래서 골든글러브를 마냥 혼자만의 기쁨으로 받기가 어려운 거였군요. 왜 저렇게 좋은 날 마냥 기뻐 보이지 않은 지 궁금했어요. 개인상은 혼자 받으니까요. 팀 우승처럼 같이 기뻐할 수가 없네요. 벤치에 앉아 기다리는 동료가 생각나서요.
제 안에서 그들은 영원한 대상 수상 작가입니다.
저는 작년에 이 글의 일부를 응모하고 떨어졌습니다. 아쉬웠고, 화도 났습니다. 그 글을 버리지 않고 다시 정리했습니다. 올해는 이렇게 좋은 결과를 받았어요. 그건 제 글이 대단해져서가 아니라 운과 때, 제 글을 믿어주는 감사한 분들이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벤치에 앉아있으면 때때로 춥고, 어둡습니다. 마운드가 너무 밝아 보입니다. 언제 나갈 수 있을지 모르는 지난한 시간들이 기다립니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고 싶어 져요. 하지만 야구장 밖에선 이길 수도 질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야구장은 여기만은 아니잖아요. 오늘 제가 한국시리즈 우승한 기분이지만 다음엔 분명. 이 자리에서 공을 던진 분들이 받으실 겁니다.
그러니 부디 계속 써 주세요. 공을 던져주세요.
다음 경기에서 만나요.
⚾ 김입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