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작가입문
이 글을 써야 할지 말지 고민이 된다. (써야 하는 글이 있어 더….) 이런 글은 대게 대단한 작가가 된 이후에 써야 마땅하지만, 대단한 선수가 된 뒤에 써야 했다면 《여자야구입문기》는 아직 프롤로그도 쓰지 못했을 거 같다. 글을 시작하는 첫 문단이 여전히 두렵지만 써 보기로 한다.
시작은 두렵다. 특히 본인이 하지 못했던 일을 도전하는 건 더욱 두렵다. 만약 63층 건물의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면 어떤 층이 제일 오래 걸릴까? 내 생각엔 2층이다. 63층을 정말 가야 할지, 기다리다 보면 엘리베이터가 고쳐지지 않을지- 2층까지 가지 못하는 최소 63개의 이유들을 떠올리며 한 발을 내딛지 못한다. 다른 대안을 찾아 헤매는 마의 2층 구간을 넘어가면 나머지는 템포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어떻게든 올라간다. 체력에 따라 쉬었다 가겠지만 간다. 등산할 때 매표소 앞에서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나의 등산 포기는 대체로 매표소 앞, 식당이었으므로) 그 구간을 지난다 해서 편안하지는 않다. 아마 10층 단위마다 고비는 찾아온다. 밀물 썰물 마냥 올라가려는 마음과 내려가려는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31층쯤에서 위기가 올 것이고, 그러다 40층까지 가면 매몰비용이 더 커져 포기하기가 어려워진다. 결국 50층에 다다르면 오기가 솟아오른다. ‘끝을 보고 만다.’ 이를 갈며 63층에 도착한다.
지난한 과정이 있었겠지만, 63층에 오르고 내려가는 이들은 여유롭다. 산에서 내려가는 이들은 전 세계 공통 거짓말을 한다.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에요.” 게다가 미소를 지으며 “자, 해보니까 할 만했어.”라고 평온하게 말할 것이다. 나는 아직 갈 길이 어디까지인지, 끝도 모르는데, ‘조금만 더’가 어디인지 보이지도 않는데 그 말만 믿고 막막한 마음 부여잡고 올라간다. 하지만 시작부터 보이지 않는 63층에서 ‘여기로 오세요!’라고 해도 아득한 높이에 질려 올라갈 생각마저 사라진다. 대단한 누군가의 먼 이야기 같다. 매표소를 지나 2층으로 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누군가와 같이 산에 오르고 싶다면 이런 전화는 하면 안 된다. “자, 나 산 중턱인데 같이 갈래?” 미안하지만 아무도 안 오겠지. 대신에 이런 전화는 먹힌다. “나 이제 입구 지났어. 옷 대충 입고 나올래?” 내 입문기의 시작은 이 지점이었다. 매표소 살짝 지나서. 1층에 있는 사람이 2층으로 올라갈 수 있게 추천해보고 싶었다. 나는 그랬다. 프로 선수나 국가 대표들과 야구를 했다면 나는 지금까지 야구를 하지 못했을 거 같다. 나랑 비슷한데 ‘조금’ 잘하는 언니들이 주변에서 버텨줘서 겨우 1층에서 2층을 갈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작가의 길 중에 매표소 살짝 지난 어딘가다. 비록 부족하지만, 작가로 이제 겨우 2층을 내디딘 지금이 오히려 이 글-작가입문-을 쓰기에 가장 좋은 때인지도 모른다. 2층까지 어기적 걸어간 실패담을 남겨보고 싶기도 하다. 이 실패담을 딛고 더 많은 이들이 글쓰기 2층까지 수월하게 올라가시길 바라며...
p.s : 술을 못 마셔서, 써야하는 글 진도가 막혀 쓰고 있는거 아님. 악!
들어가며
1. 시작에서 연재 2. 연재에서 수상 3. 수상에서 원고 4. 원고에서 출판;
5. 출판에서 원고
나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