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처음인 게 있다
야구가 참 지긋지긋해졌다.
지는 것도 지겹고, 버티는 것도 지쳤는데,
기분 좋자고 보는 야구마저 맨날 진다.
내 삶이 힘드니, 야구라도 이겨주면
그래주면 안 되나...
그렇게 손 모으고 기다리던 때였다.
따악—!
히는 소리와 함께, 흰 공이 거짓말처럼 날아갔다.
우익수 뒤로, 뒤로…
동화처럼,
공이 정말 넘어가버렸다.
역전 만루 홈런.
그걸 눈앞에서 본 건, 처음이었다.
노래방 말고, 야구장에도 있는 거였다.
달빛요정만의 노래가 아니었다.
옆자리 언니랑 어색한 것도 잊고,
미친 듯이 손뼉 치며 소리 질렀다.
시즌권은 내일 버리자고, 그렇게 약속했다.
(어제도 버린다 다짐했기에)
야구를 20년이나 봐왔지만,
역전은 있어도, 역전 홈런은 있어도,
만루홈런은 있어도, 신인의 홈런마저 있아도.
막 데뷔한 신인의 첫 홈런이
역전 만루 홈런인 걸 본 건… 처음이었다.
KBO 역사상 20번째.
내 인생에선 단 한 번뿐인 순간이었다.
이젠 ‘처음’이란 게 드물어질 나이.
무거워지는 앞자리 숫자 앞에서,
‘아직도 처음이 있구나’ 싶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막 데뷔한 신인의 첫 홈런 덕분에
역전 만루 홈런을 입문했다.
단 하루,
그렇게 야구라도 이겨줘서
고마웠다.
이래서,
아직도 야구를 못 끊고 있다.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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