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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posa Oct 15. 2016

그래도 함께여서 좋아

아오모리현 모녀 여행 첫째 날

시작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여행지와 휴가 일정을 미리 정해놓고 엄마에게 동행 의사를 물어본 것이었는데, 이를 모두 바꾸려고 하는 엄마에게 화가 났다.

결국 그냥 나 혼자 갈게. 하고 삐죽한 메시지를 보내고는 또 이내 마음이 불편해졌다.


자유 여행을 선호하는 나와 패키지를 선호하는 엄마.
북해도 라벤더 밭을 보고 싶어 하는 나와  내몽고 초원에서 별을 보고 싶다는 엄마.

어쩌면 이렇게 다른 우리가 함께 여행을 간다는 게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같이 가고 싶지만 같이 가기 싫다.

복잡한 마음으로 여행사 사이트를 뒤적이는데 처음 보는 여행지 사진이 눈에 띄었다.


일본 혼슈 북단에 위치한 아오모리현.

초록 숲으로 가득 찬 오이라세계류 호텔의 라운지 사진이 단숨에 내 눈을 사로잡았다.

숲과 온천, 고즈넉한 분위기의 아오모리 시내 풍경이 우리 모녀에게 딱 알맞은 여행지라고 말해주었다.


부랴부랴 엄마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일사천리로 예약을 마쳤다.

그렇게 떠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던 여행 3주 전.

갑자기 턱 쪽이 아프기 시작했다. 다음 날이  되자 귀 뒤쪽이 부어오르며 임파선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약을 먹어도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진통제가 듣지 않는 심한 통증에 반쯤은 여행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여행을 열흘남짓 앞둔 때부터 상태가 호전되어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출발 전날 짐을 싸면서도 드디어 결국 가게 되었다는 감격이 들만큼 우여곡절도 많은 여행길이었다.

아직 여행객이 많지 않은 아오모리현, 아오모리의 작은 공항에는 대한항공 직항이 하루 1회 운행된다.

공항에서 1시간 남짓 이동하여 도착한 아오모리 역 근처 시내에서 이른 비행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기로 했다.

바다의 요괴라는 뜻을 가진 우미보우즈라는 식당에서 돼지고기와 바지락으로 푸짐하게 채워진 라멘 한 그릇과 과일 타르트를 맛보았다.



배를 채우고 예약한 호텔로 가는 길. 버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시골 풍경과 숲을 감상하다 깜빡 잠이 들었다.



내가 잠이 든 동안 버스는 부지런히 달려 오이라세 계류 호텔에 도착했다.

 오이라세 계류는 일본 아오모리현 도와다시에 위치한 계곡으로 그 길이가 14km에 달한다. 오이라세계류 호텔은 오이라세계류가 있는 도와다하치만타이 국립공원 북쪽에 위치하여, 경관이 뛰어나고 계류 산책에도 적합하다.



호텔에 도착하니 한국인 직원이 호텔 내 온천 이용과 다양한 호텔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사진으로만 봤던 라운지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방에 도착하니 호텔 내에서 실내복으로 입을 수 있는 유카타가 준비되어 있다. 유카타로 갈아입은 엄마와 나는 날이 저물기 전에 호텔에서 셔틀을 타고 10분 정도 소요되는 노천 온천에 다녀오기로 했다.


호젓한 숲 속에 둘러싸인 탕과 뽀얀 온천물에 몸을 담그니 아침부터 부지런을 피우느라 쌓인 피로가 풀리는 듯했다. 너무 좋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는 엄마를 보며, 함께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노천온천은 시간대별로 남탕, 여탕 또는 혼욕탕으로 운영이 되며, 호텔 체크인 시 나누어주는 시간표를 참고하여 이용할 수 있다. 엄마와 내가 이용한 시간은 여자전용이었는데, 혼욕 시간에는 원피스가 준비되어 있으니 착용하고 탕을 이용하면 된다.


온천을 마치고 저녁을 먹기 위해 호텔 지하에 위치한 링고 키친으로 이동했다. 아오모리 지역은 사과가 특산물인 지역으로, 사과를 이용한 각종 식품과 기념품을 곳곳에서 구매할 수 있다. 링고는 사과를 뜻하는 단어로, 호텔의 링고 키친도 사과 모양 등과 사과를 이용한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이날 저녁에 우리 모녀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메뉴는 사과 핫케이크. 

뚜껑처럼 생긴 바삭한 빵을 부수고, 사과가 씹히는 퓌레를 빵과 함께 떠먹는 메뉴로, 몇 번이나 가져다 먹었다. 아쉬운 양이 더더욱 하나 더를 부르는 맛. 



저녁을 먹고 호텔 곳곳을 돌아보기로 했다. 

밖에서 본 호텔 라운지와 링고 키친의 풍경은 낮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다.



여행지에서의 밤은 항상 아쉽다.
모처럼 떠나온 여행에서 긴 밤을 보내고 싶지만,
피로와 방전이 된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누이자 금세 눈꺼풀이 내려온다. 

잘 자라는 짧은 인사와 함께 그렇게 2박 3일의 짧은 모녀 여행의 첫째 날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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