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복 Mar 28. 2022

#작가, 너의 의미

                                                                                                                                                                                                                                                                                                

좋아하는 노래가 있다. 아이유의 너의 의미. 

맨 마지막에 김창환 씨가 "넌 내게 누구냐?" 할 적마다 심장이 쿵 하는 노래. 

뜬금없이 너의 의미를 이 단어 옆에 가져다 놓고 싶었다. 

'글을 쓴다는 것, 넌 내게 누구냐?'


글이 책이 되고 난 후 많은 감정들을 느끼면서 이 질문이 수시로 튀어나왔다.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마음.

하나만 적어도 누군가는 읽게 되는 흔적.

오래 남는 기록. 

그런 생각들을 하면 글로 공개적으로 적는 것은 대단한 용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4년 즈음 처음 블로그를 만들었을 때, '누가 내 글을 읽겠어?' 생각하고 적었는데, 가끔 아는 사람이 글을 보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비공개로 바꿔놓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어떤 글을 읽었다. 작가가 되려면 공개적으로 글을 적으라고. 그 글을 읽고 여러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작가가 되고는 싶었지만 그 단어는 내게 너무도 거대했고, 될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  

글의 종류에 따라서 나만 보는 일기장에 적을 글이 있을 거고, 공개적으로 적어도 되는 글 쓰는 이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다고 따로 비공개 일기장에 뭔가를 적지는 않았지만, 그런 말들은 굳이 마음을 할퀴면서 꺼내지 않고 싶었다. 

글을 쓰고 싶었던 날은 소중한 무언가가 흩어져 버리는 것이 아까워서 적어놓고 싶은 강력한 마음들이었다. 

기쁨, 감사, 감동, 고마움,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의 뜨거움, 설렘, 그리움,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마음.

그런 것들이 잠시 잠깐 머물다가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 아까웠다. 그래서 적고 싶었다. 

글을 쓰고 났더니 그 시간을 두 번 만나는 것처럼, 글쓰기의 매력을 보고 말았던 것이다. 



#작가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작가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는 글쓰기가 아니라 캘리그라피를 하면서 먼저 듣게 되었다. 글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캘리그라피로 향하는 나를 보면서 글은 내 길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오로지 머릿속에는 글씨를 쓰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 차있어서 그냥 글씨를 썼다. 

그런데 하다 보니 글씨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거다. 그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이야기를 나누고 듣다 보니 그때의 소중함 들을 잊고 싶지가 않아서 적어놓고 싶었다. '이때는 이분이 이런 말을 했었지, 그때 그분은 이런 마음으로 글씨를 쓰러 오셨지'

오로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했을 때는 막연했던 것들이 글씨를 만났더니 글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져갔다. 그 생각들을 적으면서도 이건 나중에 책이 될 거야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쌓여가면서 아주 감사한 기회를 만나게 되었다. 책이라는 모습으로. 


#작가, 의미를 발견하게 해 주시는 것

꼭 무언가 의미를 찾기 위해서 달려드는 것에는 점점 무뎌지는 것 같다. 

좋으면 하는 거지, 내 앞에 오면 하는 거지, 그런 마음으로 하게 되는 것. 그것이 나에게는 글과 글씨구나 싶었다. 그것을 하다 보니 글과 글씨를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말을 적는 것보다 일상을 잘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된다. 캘리그라피로 만나는 문장들은 행동하지 않으면 무용하다. 생각도 행동도 표현도 모두 행동해야 힘이 되는구나 느끼게 된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내가 하는 것들의 의미들이 답장처럼 날아올 때가 생겼다. 스스로에게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용기들을 주는 말들이었다. 이 말을 들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읽다 보면 그저 걸어갔던 시간들의 진심을 느껴준 것 같아서 눈물겨워진다. 

나에게는 누군가를 위로할 것이 많아서 덜어준 것들이 없는데 저마다의 감동을 글로 다시 표현해주셨다. 

앞으로, 그다음, 나중에, 어떤 시간을 살아갈지 모르지만, 그저 지금 속에서 충분히 머물고 싶다. 일상에서 소중한 것들이 왔다 간지도 모르게 살아가고 싶지가 않다.


매거진의 이전글 #출간 두 달 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