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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자녀 디자이너 Apr 13. 2024

승무원

후회로 가득 찬 인생

'무엇보다도 유니폼이 예뻐서 승무원이 되고 싶었어요.'



공부도 잘해서 교대에 들어갔지만 공무원이 되는 게 싫어서 승무원이 됐었다는.. 몇 년 전 기상캐스터를 하다가 예능으로 막 뜨기 시작한 여자 방송인의 인터뷰를 읽다가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고1 여자아이는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게으르지 않고 머리도 좋은 편이라 한만큼은 성적이 나오는 아이였는데 처음엔 꿈이 이대에 들어가는 거라고 했다가 나중엔 결국 승무원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어려운 미적분을 열심히 가르치는 과외선생의 입장에서 결국 승무원이 되고 싶다는 꿈이 너무 소박하게 느껴져서 동기부여를 더 해본다는 게 엄한 실수를 해버렸다. 어려움 없이 세상물정 모르고 다른 사람들의 속도 잘 모르는 철없는 대의 사고 수준을 보여주는 한심한 소리였다.


'공부 열심히 해서 뭐 하러 그렇게 힘든 직업을 가지려고 하니? 승무원이란 게 결국 식당에서 써빙 보는 거랑 다를 게 없잖아?'

과외 선생보다 오히려 속이 깊었을지 모르는 어린 소녀는 그런 소릴 듣자 그냥 입을 닫고 더 논쟁을 하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대는 아니지만 서울에 있는 모 여대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과외를 그만두고 7년이 지난 어느 날 승무원이 되어 있는 그녀를 마주쳤다. 그 예쁜 승무원 복장을 하고 오랜만에 만난 옛 과외 선생님을 보고 반가워는 했지만 별로 자랑스러워하는 내색은 아니었던 거 같다.


'저 먼저 갈게요.' 어색했던 짧은 만남.


그녀는 예쁜 유니폼을 입은 정말로 멋진 여자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 순간에 내가 과거 그 아이에게 어떤 말을 했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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