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소중하다
18년 1월의 마지막날에 기쁜 소식이 독일에서 날라왔다.
2018 iF design award - professional concept 부문에서 본상을 수상했다는 것이다. 작년 봄부터 가을까지 회사에서 파트원들과 틈틈히 준비한 것인데 상까지 받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내 기억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우여곡절이 많았던 공모전 준비과정을 간단히 글로 남긴다.
대부분 다른 회사의 디자인부서도 그렇겠지만, 내가 재직중인 회사의 디자인팀은 공모전 출품을 장려하는 분위기이다. 일단 수상을 하게 되면 개인적인 영광뿐 아니라 회사의 이름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고, 회사내에서도 디자인팀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도 되기 때문이다. 물론 수상을 한 개인에게는 (더 이상 아니지만) 성과/업적에 플러스 요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공모전을 준비하는 것을 좀 꺼려했었다.
그 이유는,
1. 현업도 바쁜데, 시간을 쪼개서 공모전 준비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였다. 좀 여유가 있다 하더라도 일과중에 공모전 작업을 하기도 쉽지 않다.
2. 현업과 연계되었다던지, 혹은 미리 생각해둔 아이디어가 있다면 몰라도, 분위기상 의무감으로 공모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고 보통 그런 경우는 결과도 좋지 않았다.
그랬던 난데.. 운명의 장난인지..
내가 툭 던진 한마디가 아이디어의 시발점이 되었고, 결국 공모전 준비를 리딩하게 되었다.
공모전에 출품한다는 것 자체가 수상이라는 목표을 품고 있다. 하지만, 수상은 (내가 콘트롤 할 수 없는) 심사자 혹은 하늘의 몫이라고 생각했고, 단지 수상만을 목표로 공모전을 준비한다는 것은 먼가 소모적이고 일회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파트원 모두가 프로젝트를 같이 하는 기회 자체가 흔치 않았기 때문에 나는 이번 공모전 준비를 통해 아래의 2가지만 얻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 공모전을 통해 리서치방법, 아이디어 도출/발전, 컨셉 만들기, UI/그래픽작업등 전반적인 디자인 과정을 파트원들과 함께 경험하고 각자의 노하우와 방법론을 나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을 잘 섞으면 멋진 프로세스로 파트내에 정착시킬 수도 있겠다.
2. 수상은 못하더라도 최소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여기저기 리서치하다보면 최신 트렌드도 알 수 있고, 머리도 식힐 수 있겠다. 우물도 계속 파면 마르는 법. 이번 기회로 다시금 샘솟는 우물이 되어야 겠다.
리서치 방향은 어떤 목적이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 시큐리티 제품/서비스의 새로운 컨셉을 제시하고 싶었기 때문에, 아래와 같이 3가지 축으로 리서치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서로 엮어 아이디어를 도출하기로 했다.
1. 현재 시큐리티 제품/서비스의 문제점
2. 사용자들이 시큐리티 제품/서비스를 통해 얻기 원하는 가치
3. 미래의 모습을 가늠할 수 있는 전반적인 트렌드
제품/서비스의 문제점은 고객 VOC 및 개선 요청사항, 자체 분석등 다양한 자료와 그동안 쌓은 지식과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추가적인 리서치는 진행하지 않았다. 다만 다양한 문제점들중(작은 버튼부터 시작해서 기능상,사용상의 문제 뿐 아니라 과연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인가.에 대한 제품/서비스의 방향성까지.) 어느 것을 우리가 해결할 문제로 정의할 것인가.에 좀 더 집중하기로 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새로운 제품/서비스 컨셉을 제시하고 싶었기 때문에) 지엽적인 문제들은 제외하고, 본질적인 것. 사용자가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집중하기로 했다. 사실, 사용자가 원하는 가치 = 제품/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 가 성립된다면 큰 틀 안에서 자연스럽게 제품/서비스의 문제점은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
(덧붙이지만, 이것은 공모전 출품을 위한 Concept 작업이기 때문에 좀 더 본질적인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하지만 현업의 제품/디자인에서는 지엽적이고 사소한 문제라도 절대 무시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본질/큰그림을 잘 잡았다고 하더라도 디테일이 엉망이면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버튼 하나, 이미지 한장, 서비스 Flow등의 디테일한 것들로 그 제품/디자인을 경험하고 평가한다.)
앞서 말했듯, 리서치의 큰 방향은 3가지로 정해졌고 그 중 1,2번은 우리가 갖고 있던 자료를 정리하고 인사이트를 뽑으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마지막 3번 트렌드 리서치는 사실 좀 막연했다.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문제 때문이다.
1. 대상 : 어떤 것을 구체적으로 리서치할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2. 배분 : 리서치 항목을 누구에게 어떻게 나눌것인가?
사실 누구나 들어본 핫한 이슈들은 (깊이/폭의 차이는 있겠지만) 리서치를 하는데 비교적 쉬울 수 있다. 하지만 그외에. 우리가 모르는. 다른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가 애매했다. 마치 지도 없이 보물을 찾는 느낌이랄까?
또한, 각자 리서치 영역을 어떻게 나누느냐도 쉽지 않았다. 배분의 문제. 그것은 정해진 시간 동안, 각자가 동기가 충만한 상태에서, 어느 누구보다 잘 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는 공평하게, 서로에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나름 복잡한 문제였다. 누구라도 재미있어 보이고 쉽게 리서치할 수 있는 것들은 서로 하고 싶은 눈치였고, 그 반대 경우엔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랄까?
그런데, 문득 대상과 배분 문제를 모두 해결할 방법이 즉흥적으로 떠올랐다. 머냐면, 주제나 키워드별로 리서치 영역을 나누지 않고 개인별로 가장 잘하고 익숙한 정보 습득 방법으로 리서치 영역을 나누어 본 것이다.
바로 이렇게,
1. 텍스트에 강한 사람은 책과 보고서/리포트 위주로 자료를 찾고
2. 인터넷 검색을 유별나게 잘하는 사람은 인터넷 검색을
3. 다방면의 관심과 적당한 사진과 글을 좋아하는 사람은 잡지 위주로
4. 비주얼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래픽 중심으로 리서치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우연인지 다행인지..이 방법이 신기하게 서로 보완이 잘 되었다. 잡지를 통해 문화/기술등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가볍지만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고, 인터넷을 통해 최신 정보 및 관련된 정보들을 빠르게 찾고, 책/리포트등을 통해 나름 공신력있는 정보를 심도있게 전체 맥락을 짚을 수 있었다.
참고로, 나는 책과 보고서/리포트 위주로 리서치를 했는데, 약 2~3주동안 기술 트렌드 관련 최근 보고서 약 50여편, 관련도서 7권 정도를 읽었다.
2편 내용 (예고)
1. '아이디어 도출과 발전' 과정부터 '최종 출품'까지
2. '왜 뽑혔을까?'에 대한 나름의 분석
3. 공모전 꿀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