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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May 23. 2018

iF DESIGN AWARD 2018 - UX
입상기2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소중하다.



지난 1편에 이어 2편 시작합니다.



아이디어 도출과 발전


리서치 결과를 리뷰하면서, 현재 서비스의 문제점과 사용자가 원하는 가치, 트렌드를 서로 매핑하다보니, 아이디어 도출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오히려 너무 뻔한 아이디어가 아닌가 할 정도로…


최종적으로 2가지 방향으로 아이디어가 수렴되었다. 최종 결정을 위해 각 아이디어의 핵심이 잘 드러날 정도만의 러프한 스케치 작업을 했고, 다같이 모여 리뷰를 한 후 공모전에 출품할 최종 아이디어를 선정하기로 했다. 2가지 아이디어 모두가 자식같아서 어느 하나를 쉽게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두 아이디어를 믹스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럴 경우 각자의 색깔이 흐려질 것 같았다. 결국 하나의 안이 선택되었다. (탈락된 안은 현재 특허 등록을 위해 검토중이다.)


그 다음은, 선정된 아이디어의 각 features을 구체적인 상황속에서 어떻게 녹여서 표현할지를 고민하였다. 일단, 각자 자유롭게 스토리를 짜보기로 했다. 표현은 글이든 그림이든 혹은 적당한 예시가 있다면 프린트하든… 스토리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되, 유일한 제약조건은 포스트잇에 담을 것.  


초기 스토리/아이디어 리뷰


보통 아이디어를 리뷰하다보면 이런 경우가 있다.


1. 아이디어는 사람수만큼 다양하다.

하지만 비슷한 것도 정말 많다. 왜냐하면 대부분 거의 비슷한 리소스(인풋)을 보기 때문에 아이디어(아웃풋)도 비숫해지는 것 같다. 이럴 땐, 비슷한 것들과 다른 것들이 무엇인지 빠르게 구분하는게 필요하다.


2. 기왕이면 본인의 아이디어가 선정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런지 과하게 디테일하거나 완성도있게 아이디어를 거의 시안처럼 만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그 맘은 이해가 되지만, 초기 아이디어를 리뷰할 땐 아이디어의 가능성과 확장성 위주로 보고 싶은데, 너무 디테일하거나 완성되어 있으면 그 결과안에 사고가 갇혀 버리는 수가 있다.   


3.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방식 뿐 아니라 그것을 담은 포맷도 다르다.

A는 PPT에 텍스트와 참고 이미지로 정리하였고, B는 노트에 스케치를 , C는 메모장에 본인의 아이디어를 텍스트로만 정리하기도 한다. 이럴 땐 아이디어 파악을 하고 서로 비교하는 것이 매끄럽지 않다.    


이럴 땐, 한가지 포맷으로 아이디어를 담아내는게 어느정도 도움이 된다. 나는 포스트잇을 주로 활용하는 편이다. 다들 알겠지만, 포스트잇의 장점은 정말 많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은


1. 생각이 정리된다.

이것저것 실타래처럼 엮여있는 생각들을 포스티잇에 풀어놓게 되면, 생각들이 자연스럽게/혹은 의도적으로 구분되고 그 중에 가장 핵심만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2. 알아보기 쉽고, 비교하기 쉽다.

각자의 아이디어를 포스티잇으로 벽에 붙여 놓으면 한눈에 내용이 파악되고 서로 비교하기 쉽다.  

3. 편집이 쉽고 빠르다.

내용을 추가/수정/삭제하기 쉽다. 순서를 바꾸거나 관련된 것끼리 그룹핑하거나를 바로바로 할 수 있다. 각 단계별로 사진을 찍어두면 전 단계를 확인하거나 돌아가기도 쉽다.


이렇게 포스트잇을 활용하여 각자의 아이디어를 리뷰하면서 재정리하여 최종적으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나서 PPT로 문서화했다.




UI/GUI디자인과 영상 작업

 

iF award에 출품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정보(entry,이미지,설명등)와 미디어자료(PDF문서,영상)를 준비해야 했다. 기본적인 정보를 작성하고 출품작 대표이미지를 위해 GUI작업을 진행했다.  

 

UI 구조와 GUI디자인은 구체적인 스토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병렬로 진행하였다. 기본적인 아이디어와 컨셉은 서로 공유되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스토리가 변경되면 디자인을 변경했고, 반대로 디자인을 하다가 아이디어가 나오면 스토리에 추가하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였다.


스토리보드와 GUI 디자인이 완성된 후, 영상 작업을 진행했다. 우리 파트 멤버들이 모든 것을 직접 준비하고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 쉽지 않았다. 먼저, 모든 씬을 장소별로 구분하고 각 장소 씬별로 필요한 출연자와 소품등을 준비했다. 영상 장비(아이폰과 DSLR카메라), 출연자(당연히 우리 파트원)와 소품등 모두 가내수공업처럼 자급자족했다.  


영상 작업은 다들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 근처(판교) 샵들과 백화점에서 1차 필드테스트 촬영을 했다. 장소 섭외가 만만치 않았는데, 생각만큼  딱 맞는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조명도 커다란 변수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다. 균일하고 밝은 조명 혹은 자연광이 있고, 중간 규모 이상의 샵들이 모여 있으면서, 어느정도 사람들 이동 통로가 확보되는 곳에서 촬영할 것.  

 

갑자기 내가 최근 다녀왔던 대규모 쇼핑몰이 떠올랐다. 거리가 좀 있지만 신규로 오픈한 곳이여서 시설도 좋고 깨끗하고 규모도 크고.. 딱 맞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차 필드테스트를 그곳에서 하기로 하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결국 그곳에서 촬영한 영상을 가지고 우리는 공모전 영상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미디어자료, 하나의 컨셉으로 엮기


미디어 자료 중 PDF문서는 심사위원들이 출품작을 심사하는 주요 대상이다. 기술/기능적 측면보다는 디자인 컨셉, 발전과정, 디테일, 사용성등 ‘디자인’에 관한 내용 위주로 작성하라고 출품 가이드에 있있다. 몇년전에는 PDF문서 없이 영상만으로도 출품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영상은 옵션일 뿐이다.  


PDF문서를 요구하는 것은 ‘Design’ 보다는 ‘Designing’ 을 더 중요하게 보겠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업에서도 디자인 결과 뿐 아니라 어떤 과정을 통해 그 결과가 나왔는가? 과정이 얼마나 탄탄하고 논리적인가.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데, 그런 것과 일맥 상통하는 것 같다.  


나는 PDF문서를 작성하기에 앞서, 다시 한번 우리가 진행한 과정을 되짚어 보았다. 그리고 아래 내용을 정리하기로 했다.

1. 도출한 아이디어는 어떤 과정(리서치)를 통해 나온 것인가?  

2. 아이디어는 어떤 흐름으로 이어지고 왜 ’서클’이라는 컨셉이 나왔는가?

3. ‘서클’이라는 컨셉이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써클.

우리가 제시하는 컨셉명이다. 어찌보면 평범한 이름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 만한 이름이 없겠다. 라는 생각이 점점 들었다. 자칫, 리서치/디자인 과정을 통해 도출된 아이디어와 주요 Features,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각자 따로 놀 수 있는데, 이것들을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써클이라는 컨셉으로 하나로 꿰어낼 수 있었다.그래서, 우리가 제안하는 아이디어가 어떻게 사용자 가치와 연결되어 있고, 그것이 왜 ‘써클’이라는 컨셉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컨셉이 그래픽 모티브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에 대해 정리할 수 있었다.


초기 컨셉 설명 스케치와 완성본
미디어 자료 - PDF 문서
미디어 자료 - 영상


다만 아쉬운 것은, 정리된 최종 컨셉/내용에 맞게 그래픽과 영상을 수정하고, 미디어 자료도 좀 더 멋드러지게 표현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말하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어느정도 표현이 되었다고 판단했다.


최종 제출 마감일에 맞춰,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는것에 만족하면서 그렇게 제출을 했다.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잊었다.




도대체 왜 뽑혔을까?  


다시 생각해 본다. 왜 뽑혔을까? 무엇때문에 심사자들의 맘이 조금이라도 움직였을까?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차별화된 와우 컨셉?  

트렌디하거나 미래지향적인 그래픽과 유저인터페이스?  

정량적/정성적으로 뛰어난 사용성과 감성적 터치?  

극적 반전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영상 시나리오?


글쎄...내 생각엔 모두 아니올씨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은 내가 더 잘 안다.


좀 뻔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우리의 컨셉이 시큐리티 서비스/제품을 통해 사용자들이 얻기 원하는 내면의 가치를 말하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시큐리티 서비스는 누군가를 감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나와 내 사랑하는 사람들, 소중한 것들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다. 사용자들은 그 가운데 마음의 안정과 보호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수상작 페이지에 소개된 써클 컨셉에 대한 코멘트가 계속 맘을 건드린다.



'An app that delivers peace of mind.'









나름의 꿀팁까지는 아니고,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얻은 몇 가지 팁을 정리해 본다. 꼭 공모전이 아니더라도 어떤 프로젝트를 하든 회사에서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1. 상사 혹은 팀장님과 한팀이 되어라.

내 일이 아니면 관심 밖이다. 본인이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상사의 관심을 받고 싶은가? 아니면 적어도 눈치밥은 먹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상사를 본인의 프로젝트 멤버로 참여시켜라. 상사가 정말 바뻐서 직접 참여하기 힘들 수도 있다. 같이 하고 안하고가 중요하지는 않다. 매주 업데이트된 내용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최소한 관심밖은 피할수 있고, 어쩌면 내 프로젝트의 열렬한 서포터가 될 수 있다. 우리 팀장님은 우리 파트가 공모전을 준비하는데 열렬한 지지자이자 든든한 지원군이 되주셨다.  


2.회사의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면 공모전/프로젝트와 연계하라. 

특히 공모전을 할 때에는 시간 뿐 아니라 금전적으로도 여유롭지 못하다. 공모전 출품비도 상당한 금액이고 리서치, 영상촬영등을 하다보면 어쩔수 없는 지출이 생긴다. 다행히도, 내가 다니는 회사에는 연구/학습를 목적으로 하는 동호회 성격의 프로그램이 있다. 물론 회사 차원의 지원도 따른다. 나는 활동계획을 제출하여 동호회를 만들고 2주에 한번씩 진행내용을 동호회 게시판에 업데이트하였다. 그리고 그 산출물을 공모전에 출품했다. 이 때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경비가 아주 크게 도움이 되었다. 물론 금전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회사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과 연계하면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것보다 많은 도움이 된다.


3. 리서치할 때, 그림 보단 텍스트를 먼저 많이 봐라.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리서치를 할 때 그림(혹은 시각적 결과물)보다는 텍스트를 먼저 보고 많이 보는게 폭넓은 관점과 새로운 생각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보통 디자이너들은 표현적인 것들 위주로 리서치를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디자이너라는 특성(?) 때문일 수도 있지만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면 안된다. 표현에 빠지거나 현혹되면 그게 왜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르고 겉모습만 따라하기 쉽다. 현상에 빠지지 말고 본질을 찾아봐야 한다. 그 후에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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