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 Sep 29. 2020

김혜리의 필름클럽, 이수정&이다혜의 범죄영화 프로파일

하다 이야기 

라디오가 좋아서 라디오 작가가 됐으니, 내게 라디오는 무척 소중하다. TV도 재미는 있지만, 상대를 비하하는 말과 우글거리는 범죄자를 웃으며 볼 만큼 비위가 좋지 않다. 그래서 라디오 작가를 그만둔 지금도 ‘듣는’ 매체를 가까이한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두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1. 김혜리의 필름클럽 

사진 © 필름클럽 팟캐스트


영화 전문지 ‘씨네21’의 김혜리 기자를 정말 무척 엄청 많이 좋아한다. 정성일, 허문영, 이동진 등 널리 알려진 남성 평론가도 많지만, 또 그들의 평론을 신봉하는 사람도 많지만, 난 무조건 김혜리 기자의 글을 읽는다. ‘디테일이 스케일이다’라는 명제를 내 인생 문장으로 여기는데 김혜리 기자의 글이, 시선이, 평론이 딱 그렇기 때문이다. 영화의 세세한 디테일을 직조해 한 편의 글로 완성하는 솜씨는 멍청한 내 뇌를 딩딩딩 울린다. 

그런 김혜리 기자가 최다은 피디, 임수정 배우와 영화 얘기를 하는 팟캐스트 프로그램 ‘필름클럽’을 진행한다. 


많은, ‘영화’가 주인 팟캐스트 프로그램 중 ‘필름클럽’이 특별한 이유는 김혜리 기자가 진행하고, 최다은 피디가 영화 음악 얘기를 하기 때문이다. 


한 영화를 화두로 대화를 할 때 대게 비슷한 몇 가지 특징을 언급한다. 영화 기생충에서는 ‘선’, 영화 조커에서는 ‘계단’ 등이 그렇다. 그런데 김혜리 기자는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꼼꼼하고 섬세하게 보지 않으면 그냥 스칠 지점을 집는다. 무엇보다도 김혜리 기자가 단어를 선택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때의 그 진중함과 신중함이 지인짜 좋다. 작곡 전공에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동상 수상에 빛나는 (훗) 최다은 피디가 전하는 영화 음악 얘기도 지인짜 좋다. (최다은 피디는 SBS 피디인데, 듣는 음악 잡지 방송 ‘FMzine’ PD 시절부터 좋아했다. 듣는 음악 잡지라니! 예전엔 라디오에서 ‘음악’을 들었는데 요즘엔… 음악 틀어 놓고 그 위에 멘트 하거나, 음악을 광고까지 시간 메꾸기용으로 사용한다. 너무 싫다.) 임수정 배우는 설명이 필요할까? 섬세하고, 다정하고, 생각 깊은 임수정 배우가 편하게 얘기하는 걸 들을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여러분! 


무해한 표현과 배려 넘치는 대화, 영화를 바라보는 다각적 시선을 즐기고 싶다면 필름클럽 한번 들어보세요.



2. 이수정&이다혜의 범죄영화 프로파일 

사진 © 범죄영화 프로파일 트위터


네, 그 이수정 교수 맞습니다. 네, 그 이다혜 기자 맞습니다. 네, 그 둘이 영화 한 편을 선정해 분석하고, 범죄심리를 얘기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서 연재하는 프로그램 ‘이수정&이다혜의 범죄영화 프로파일’은 범죄+심리에 환장하는 나에게 안성맞춤이다. 이다혜 기자가 이수정 교수와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라고 살짝 예고했을 때부터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렸다. 그리고 대망의 첫 화. 말해 뭐해. 일단 들어보세요. 익히 아는 범죄영화는 당연하고, ‘번지점프를 하다’와 ‘우리들’처럼 범죄와는 무관하다 생각하는 영화까지 주제로 삼아 범죄와 심리 얘기를 하는데… 듣다 보면 나의 무지, 세상을 바라보는 편협한 시선, 내가 당한 가스라이팅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게 된다. 


듣다가 가장 충격을 받았던 이수정 교수와 이다혜 기자의 대화를 적는다. 

(들으면서 말 그대로 옮겼습니다. 감안하고 봐주세요.) 


이다혜 : 정확한 실태를 파악을 해야 예방이든 지원이든 할 것 같거든요. 현재 범죄통계를 내는 방식이 가정폭력을 포함해서 친밀한 관계에서 저질러지는 폭력의 진상을 드러내는 데는 굉장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거든요. 

이수정 : 범죄통계에서 나오는 게 있다면, 친족에 관한 것은 나와요. 그런데 그걸 쪼개서 부부간의 얼마큼 폭력이 일어나는지 이런 것들은 지금 현재의 통계로는 산출할 수 없어요. 입력 자체를 안 하기 때문에. 경찰 사건이 입건이 되면 전산 상에 입력을 해야 할 거 아니에요? 거기에 ‘부부’라는 항목이 없어요. 놀라운 일이긴 하나. 

이다혜 : 그러면 어떻게 기록을 하나요?

이수정 : 친족.

이다혜 : 그냥 친족으로 뭉뚱그려서?

이수정 : 여자, 남자. 친족인데 여자가 어머니인지 아내인지 딸인지 어떻게 알아요? 다 친족인데. 그러니까 그렇게 두리뭉실하게 하는 게 현재의 문제예요. 왜 그렇게 했을까? 참 놀라운 일이긴 한데 그만큼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힘든 ‘아내’라는 지위의 문제였던 거죠. 

--------

이수정 : 특히 존속이나 비속은 통계를 내는데 ‘아내’를 안 내는 거 보면 그냥 아내는 가부장의 부속물인 거죠. 남편의 부속물인 거죠. 


가정폭력사건이 벌어지면 ‘친족’으로 작성하지만, 그 친족이 ‘아내’인 것은 명시하지 않는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아내들이 가정폭력 피해를 당하고 있는지 ‘대충’은 알지만, 명확한 통계가 없으며, 그 통계가 없다는 것 자체가 ‘이 사회가 아내를 여기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내용이다. 끔찍하다, 정말. 이 프로그램을 듣지 않았다면, 아마 몰랐을 것이다. 

영화, 범죄, 심리에 관심이 많다면 한번 들어보세요. 참고로 책으로도 출간했습니다.  


   nadograe.com/storiG


작가의 이전글 너의 초경을 축하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