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은 언제나 예고없이 찾아온다
어느 날인가부터 아들이 눈을 쎄게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고양이를 키우니까, 미세먼지가 많으니까, 청소를 잘 안해서 먼지가 있을 수 있으니까.'
라는 핑계로,
나 역시 알러지성 결막염의 친구였으니까 당연히 유전이리라 생각하고 안과나 데려가려던 그 날들.
혹시 아이가 틱 증상을 보이는거 알고 계셨어요?
라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말이 아니었다면,
계속 결막염으로만 알고 있었을지도.
심리적 요인이 클지도 모른다는 정보에,
그동안 해왔던 수 많은 타박과 무관심들이 모여 오늘을 만들었으리란 후회.
돈을 벌기 위해서 뭔가 성과를 먼저 만들고 그 이후에 놀아줄 시간을 만들겠다는 착각.
그 과정에서 느끼는 초조함과 불안을 담은 말들을 아이에게 쏟아냈던 그 모든 순간들이 후회스러웠다.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
나 역시 육아는 처음이고, 전문가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런 틱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해서는 난처했다.
하지만 "모르겠는데요?" 한 마디로 끝내버릴 수 없는 일이었기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러는 와중 틱은 마치 목감기가 콧물이 나고 기침을 하더니 열이 나는 감기처럼,
정말 다양한 종류를 보여주기 시작했고,
심지어 강박증과 같은 행동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뒤늦게 죄인임을 후회하지만,
언제나 후회의 주제가 그렇듯.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다.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양방 병원은 약이 부작용이 심하단다.
죄인이 더 큰 죄를 지을것 같아 알아보기를 포기했다.
한의원을 검색했다.
정말 많은 광고들이 보였다.
예전에 고질병인 비염을 치료하고 싶어 한의원을 찾아보던 그때 처럼,
수 많은 광고들이 손짓을 하고 있었다.
맘카페랑 여러 채널들을 뒤져 나름 유명하다는 곳에 문의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아이 틱 때문에 진료를 받고 싶어 문의 전화 드렸는데요."
"네, 처음이시면 진단 검사를 먼저 받으셔야 하고 15만원입니다."
"네... 그럼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아 먹게 되면 어느정도 비용이 드나요?"
"기본 35만원 부터 70만원짜리까지 있습니다. 예약하시려면 평일은 2주 뒤, 주말은 1달 뒤에 가능하세요"
"네 상의해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약을 먹으면 나을까?'와 함께, 약을 먹으면 감기처럼 쑥 낫는 병인건지, 약을 먹고 좋아진다 하더라도 정말 내가 심리적인 영향을 줄 정도로 뭔가를 잘못하고 있다면 재발하는건 아닌건지,
이 진단비용을 쓰고 약값을 쓴다는게 이전에 장난감을 사주고 아이한테 최선을 다 하고 있었다고 착각한 내 과거 모습을 되풀이 하는건 아닌건지.
혼란스러웠다.
그저. 불안한 부모의 심리를 활용해서 고가의 진단과 약값을 요구하는건 아닌건지?
약만 먹으면 마치 해결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수 많은 광고들을 냉소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수 많은 생각 끝에 내가 문제라는걸 전제조건으로 아이에게 초점을 맞추고
내가 아들이었다면, 그리고 내가 그런 경험을 하거나 그런 말을 듣는 입장이라면..?
이라는 생각으로 정답을 찾아 가보기로 했다.
이 글은,
그런 아들을 위한 내 변화와 노력의 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