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마주한 사람들

느리게 달리면 세상이 느리게 흘러간다.

by 고요한 현실가

'슬로우 조깅'을 하고 있다.

말 그대로 천천히 느리게 달린다.


나의 몸 상태를 잘 알지 못하고 빠르게 뛰려고 노력하던 시절, 무릎이 아팠고 옆구리가 아팠고 결국 달리기는 나에게 맞지 않는 운동인가 보다 했었다.

한동안 달리기를 쉰 후, 다시 달려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번엔 나의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아주 정성스럽게 마주 하리라.

누군가에게는 그저 조금 빠르게 걷는 정도의 속도.

그 속도 그대로 걷기 대신 다리를 올려 뛰는 모습을 취했다.

그렇게 내 옆에서 함께 걷고 있는 이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뛰기 시작했다.


매우 느리다.

세상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느린 달리기가 지루할 줄 알았는데, 주변 사람들 역시 내 곁을 느리게 머물다 가니 그들의 모습을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타인을 유심히 바라보게 되고, 내가 본 오늘의 몇 장면을 통해 그 사람의 긴 뒷 이야기를 상상해 본다.

느리게 달리니 상상할 시간은 충분하다.

따로 있지만 한공간에 함께 있었던 우리들.

길에서 느리게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짐작해보는 일.


인간은 개개인이 작은 우주이고, 그 우주는 감히 예상할 수도 없는 것들도 가득 들어차있다.

달리면서 잠시 마주한 찰나로 그 우주를 어찌 가늠하겠는가.

이것은 그저, 사람의 이야기.

찰나의 모습을 통해 복잡한 우주를 살짝 들여다본, 어찌 보면 편협한 이야기.

그러나 관대하게 읽히길 바라는 조금은 이기적인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