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혜인 Feb 13. 2017

관계의 부스러기.

오늘은 쉬는 날이다.  

주말 내리 일만 하다가 월요일에 쉬는 맛이란!  

다른 사람들에겐 어제가 달콤한 주말이고 기분 좋은 일요일이었지만 나는 오늘에서야 일요일을 맞았다.  

어제보다 햇살이 덜 따갑고 하늘도 덜 푸르뎅뎅하였지만,

아니 오히려 구름이 많아서 뿌옇게 보이는 하늘이지만 그래도 쉬는 날은 좋다.   

오늘은 카메라를 들고 잠깐 머리를 비우며 여기저기 걷고 쉬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

카페에 들러 점심을 먹기로 했다.   

뭔가 쓰디쓴 게 끌려 에스프레소와 초록빛을 띈 쌉쌀한 말차 케이크를 주문했다.  

주말에 쉬는 것도 물론 좋지만 나는 평일에 쉬는 것을 더 선호한다. 조금은 조용하게 시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케이크를 먹고 있는데   

꾸덕꾸덕한 질감과는 다르게 은근 부스러기가 많이 남았다. 한입한입 먹을 때마다 부스러지는 작은 조각들이  

아쉽고, 너무 작은 부스러기여서 포크로도 잘 집히지 않았다. 나름 깨끗하게 먹으려고 했는데 여기저기 흩어진 초록색 빵가루들이 너무 아까웠다.  

포크로 긁어서 모아도 보고, 하나씩 찍어서 먹어보려고 했지만 너무 작고 그 작은 조각에서 또다시 부스러지고..

그냥 부스러기들은 남기기로 했다.   


 

맛있게 먹고 나서 남은 부스러기들은 요즘 내 인간관계와 많이 닮았단 생각이 들었다.  

분명 내가 선택한 관계이고, 서로 알고 지내면서 즐거움도 많았고 괜찮은 관계였으나 시간이 지나고  

의도치 않게 부스러기가 많아 남아 자저분해 져 어떻게 처리도 안되고 그렇지만 내가 소화를 시킬 수도 없는.

 

예전엔 사람들과 생기는 작은 마찰, 부스러기를 해결하려고 참 많이 노력했는데 요즘은 그냥 두는 편이다.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겠지. 조금 힘들어졌다. 이런 작은 것에도 신경 써야 하는 게.    

그릇에 지저분하게 남은 이 부스럼을 없애는 방법은

쉽지 않겠지만 한 조각 한 조각 모아 이 부스럼을 먹어 치워 해결하거나,  

아니면 설거지로 단숨에 어떤 흔적도 남지않게 처리 해버리거나.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할 수 있는 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