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쉬는 날이다.
주말 내리 일만 하다가 월요일에 쉬는 맛이란!
다른 사람들에겐 어제가 달콤한 주말이고 기분 좋은 일요일이었지만 나는 오늘에서야 일요일을 맞았다.
어제보다 햇살이 덜 따갑고 하늘도 덜 푸르뎅뎅하였지만,
아니 오히려 구름이 많아서 뿌옇게 보이는 하늘이지만 그래도 쉬는 날은 좋다.
오늘은 카메라를 들고 잠깐 머리를 비우며 여기저기 걷고 쉬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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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들러 점심을 먹기로 했다.
뭔가 쓰디쓴 게 끌려 에스프레소와 초록빛을 띈 쌉쌀한 말차 케이크를 주문했다.
주말에 쉬는 것도 물론 좋지만 나는 평일에 쉬는 것을 더 선호한다. 조금은 조용하게 시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케이크를 먹고 있는데
꾸덕꾸덕한 질감과는 다르게 은근 부스러기가 많이 남았다. 한입한입 먹을 때마다 부스러지는 작은 조각들이
아쉽고, 너무 작은 부스러기여서 포크로도 잘 집히지 않았다. 나름 깨끗하게 먹으려고 했는데 여기저기 흩어진 초록색 빵가루들이 너무 아까웠다.
포크로 긁어서 모아도 보고, 하나씩 찍어서 먹어보려고 했지만 너무 작고 그 작은 조각에서 또다시 부스러지고..
그냥 부스러기들은 남기기로 했다.
맛있게 먹고 나서 남은 부스러기들은 요즘 내 인간관계와 많이 닮았단 생각이 들었다.
분명 내가 선택한 관계이고, 서로 알고 지내면서 즐거움도 많았고 괜찮은 관계였으나 시간이 지나고
의도치 않게 부스러기가 많아 남아 자저분해 져 어떻게 처리도 안되고 그렇지만 내가 소화를 시킬 수도 없는.
예전엔 사람들과 생기는 작은 마찰, 부스러기를 해결하려고 참 많이 노력했는데 요즘은 그냥 두는 편이다.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겠지. 조금 힘들어졌다. 이런 작은 것에도 신경 써야 하는 게.
그릇에 지저분하게 남은 이 부스럼을 없애는 방법은
쉽지 않겠지만 한 조각 한 조각 모아 이 부스럼을 먹어 치워 해결하거나,
아니면 설거지로 단숨에 어떤 흔적도 남지않게 처리 해버리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