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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개발자 Dec 12. 2016

느리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것은 평생 이룰 수 없다.

 붓과 아크릴 물감을 가지고 건프라를 칠하는 작업은 꽤나 많은 시간이 걸린다. 다른 과정들을 제외하고, 단순히 색을 칠하는 것만 해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붓으로 깔끔하게 색을 칠하기 위해선 얇게 여러 번 색칠을 해야 하는데, 한번 하고 바로 다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색칠해야 한다. 이런 반복적인 작업을 (심지어 중간에 기다리는 시간까지 있는) 하다 보면 건프라의 팔 한쪽을 칠하는데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

이렇다 보니, 언제부턴가 붓을 드는 것이 겁나기 시작했다. 이 붓을 드는 순간,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색칠을 해야 하는 것일까...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도 그렇지만 완성되는 속도가 느리다는 점도 나를 힘들게 했다. 붓을 들고 오랜 시간 열심히 색칠을 해도 나중에 보면 딸랑 팔 한쪽의 작업이 끝나 있었다. 에어브러시를 사용했다면 금방 끝났을 텐데, 붓으로 아크릴 물감을 칠하는 방식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한번 색칠을 하는 시간도 오래걸리고, 전체적인 완성이 되는 시간도 빠르지 않다 보니, 내 머릿속엔 이런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차피 시간도 오래 걸리고, 지금 오랜 시간을 들여서 작업을 해도 완성은 한참 뒤에 되겠지. 그러니까 다음에, 시간 될 때 몰아서 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하자 작업은 하루하루 미뤄지기 시작했고, 네 달 전 색을 칠하기 위해 분해해 놓은 아이는 최근까지도 완성되지 않은 체 꼬챙이에 물려있는 체로 방치되어 있었다.

이런식으로 방치되어있었다


언젠가, 꼬챙이에 달려있는 부품들을 보고 "너무 오래 미뤄온 것 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저렇게 방치해 놓으면 평생 완성될 것 같지 않을 것 같았다.

 

크기가 작은 제품이라서 하루에 한쪽 팔도 아니고, 부품 하나씩이라도 조금씩 만들었다면 한 두 달이면 완성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난 그러지 못했다. "너무 힘들고, 오래 걸리는 일이야"라는 생각에 차일피일 미뤄온 결과는 네 달이 지날동안 완성이 안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난 정말로 하루에 부품 하나씩만 색을 칠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전혀 부담이 안 되는 작업량이었다. 이렇게 작업을 시작한지 한 달이 되었을 때쯤, 평생 완성되지 않을 것 같던 아이가 드디어 완성되었다.

 

만약 한 달 전 부터 아주 조금씩 조차 만들지 않았다면 내년이 되어서야 완성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니, 어쩌면 평생 완성하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다.

아주 조금씩 만든 결과는 놀라웠다. 만든지 3주 째 되던 날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나온 내 인생에서도 이런 식으로 미루다가 결국 지금까지도 완성하지 못한 것들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영어가 그랬다.


 시절, 스스로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영어공부 또한  색을 칠하는 것 과 마찬가지로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공부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게 싫어지기까지 했다. 결국 영어공부를 차일피일 미루게 되었고,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이런 저런 이유로 계속 미루면, 그것은 내 인생이 끝날 때까지 이루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달리 생각해보면 영어를 단기간 내 잘할 필요도 없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 난 직장인이 되었고, 만약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약 6년이란 시간 동안 천천히 공부를 해 왔다면, 내 영어실력은 회사에서 필요한 수준만큼 향상되어 있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길다. 그렇기에 우리는 짧은 시간 내에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되고, 이뤄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

조금씩 조금씩 색칠해서 언젠가 완성하면 되는 건프라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하기 싫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미루기만 한다면, 그것은 평생 완성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계속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결실을 볼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같은 시간이 지난 뒤에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조금씩 행하다 보면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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