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추위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게 미안했는지
슬그머니 온기를 풀어놓은 볕 좋은 가을날
모녀는 산책길에 나선다.
오늘도 엄마는 공원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신중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파스삭-!
낙엽을 밟으며
똥강아지처럼 즐거워하는 딸에게
빙그레 미소를 건네며 말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을마다 들려주는 그 말이 참으로 듣기 좋아서,
언제고 그 다정한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잔잔하게 마음을 훑고 지나간다.
하고 싶은 것을 더하고, 하기 싫은 것을 덜어내는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