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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FA Oct 05. 2019

젤라또랩은 어떻게
1년차에 130억 매출 회사가 되었나

3. 일주일만에 반토막난 광고 효율 복구하기

한 달이 일 년 같기도 하고 하루 같기도 했던 두 달이 지나고, 2018년이 되었다. 내일의 출근길이 괴로워 퇴근하기 싫었던 김포 출퇴근 시절을 지나, 나는 다시 자취를 시작하였다. 회사는 점점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제조 판매의 벨류체인에 속해 있어,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어느 정도 운영 인력의 확충이 필요하여 빠르게 채용하여 두 달만에 거의 두 배의 인원이 함께 일하게 되었다.


12월의 폭발적인 성장의 결과로, 페이스북을 통해 집행되는 광고비의 규모도 '보통 스타트업이 쓰는 수준'을 순식간에 넘어섰다. 이제는 망망대해 같던 페이스북 콘텐츠 생태계에 우리가 무엇이라고 조금이라도 더 알리는 것을 넘어서, 어떤 고객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지, 고객과 메시지에 대해서 조금 더 본격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몇 번의 시행착오와 큰 배움들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점점 더 마케팅 쪽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하고 의견을 내고, 가끔은 정말 손이 딸릴 때는 크리에이티브를 만들기도 하는 등 점점 본격적인 잡부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새해의 첫 출시는 1월 3일이었다. 이제 디자인 출시는 세 번째여서 어느 정도 익숙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꽤나 떨리는 일이었다. 특히 이번 출시의 경우 '개의 해'를 맞아서 인기가 많던 강아지인 '시바'를 아트 화하여 표현한 디자인이 있었는데, '시바'가 인기를 얻게 된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창작의 영역에 있던 출시라 걱정이 없지는 않았다.

걱정 반 기대 반

걱정이 무색하게 잘 판매 되었고, 이번에도 품절이 가까워 왔다. 그래도 당황하지 않았다. 빠르게 재생산을 요청하고, 이미 한번 성공적으로 진행했던 예약판매를 진행했다. 우리는 꽤나 핫한 브랜드였고, 우리 고객들은 기꺼이 기다림을 선택해주었다. 운영에 문제없이 예약을 잘 진행하였고, 입고된 후에 성공적으로 배송도 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 재고도 다시 들어와서 배송도 정상적으로 나가고 있는데, 점점 광고 효율이 저하되기 시작했다. 분명 판매 자체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점점 광고 비용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조급한 나머지 광고 영상을 여러 차례 교체해봐도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어떤 광고 영상은 초반에 수십만 원이 집행될 때까지 하나도 구매전환이 없다고 나오기까지 하였다.

그냥 1월이 원래 네일을 별로 안 하는 달이어서 네일 콘텐츠의 도달 비용이 비싸지는 것인가? 하며 환경 탓을 해보기도 하였다. 속도 상하고, 너무 궁금하기도 해서 페이스북 광고 대시보드를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기도 하였다. 그렇게 쳐다보고 있다 보니, 어느 순간, 크리에이티브 보고서에서 뭔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음...?

페이스북 광고에서 썸네일과 초반 3초는 정말 중요한 요소이다. 타임라인은 경쟁적인 환경이고, 소비자는 매우 쉽게 포스팅을 지나쳐간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그 초반 3초에 대한 우리 이야기 방식을 설정해두는 것은 중요했다.

하지만 정도가 중요했다. 출시 영상의 방식에 너무 매몰된 나머지, 그리고 영상을 교체하는 것에만 급급한 나머지, 아예 똑같거나 거의 똑같아 보이는 썸네일과 초반이 구성된 여러 영상에 많은 비용 집행하였다. 고객들의 반응은 당연했다. 사람들은 같은 이야기를 또 듣길 원하지 않고, 같은 영상을 또 보길 원하지 않는다. 비슷하게 느껴지는 광고 소재가 많이 돌면 많이 돌수록, 도달 비용이 점점 비싸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일단 맨 처음 나오는 디자인을 교체하였다. 여전히 시바 네일이 제일 잘 팔리긴 했어도, 페이스북에서 콘텐츠로 유통되는 가치는 매우 낮아진 상태였다. 고객들의 눈을 이끌 수 있는, 덜 노출되면서도 판매량이 좋은 디자인 몇 가지를 선정하여 영상을 교체하였다. 동시에, 아직 판매 중인 지난달 디자인들에 대한 광고 소재도 다시 활성화시켜 보았다.

그리고 메시지 구성도 변화를 주었다. 고객이 작성해준 후기를 이용하여서 구성에서 매우 핵심적인 요소인 화자를 바꿔보았다. 영상 교체와 동시에 진행하기에 시간이 부족했다. 우리 팀에는 영상 제작을 전담으로 하는 팀원이 한 명뿐이었다(여전히 글로벌팀에서 고군분투 하드 캐리하고 있는 하이디 화이팅). 그냥 후기에 있는 사진들을 모아서 페이스북에서 제공해주는 '슬라이드 영상 만들기'로 합쳐버렸다. 영상을 잘 만드는 것보다, 메시지를 바꾸는 것 자체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광고에 포함되는 게시글 내용도 고객 후기 내용을 그대로 옮겨 두었다. 3분 카레 같은 느낌의 광고 소재 제작이었다.


성공적이었다. 달라진 썸네일 덕에 훨씬 낮은 CPC로 유입 비용에 대한 고민을 어느 정도 놓을 수 있었고, 특히 한동안 안 틀었던 광고 소재도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짧은 기간에, 동일한 채널에서 같은 광고 소재를 보여주는 것은 비효율적이지만, 기간이나 채널의 변화가 있다면 그것이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더 놀라웠던 것은 3분 제작 슬라이드 영상 광고였다. 무화과 시럽이 연관 검색어에 올라가고, 판매 순위도 1위까지 상승하였다. 퀄리티보다 메시지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 더 우선이라는 것을 배웠다. 소재 자체의 퀄리티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느냐에 따라 중요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퀄리티에 신경 쓰지 않은 소재가, 큰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정말 큰 배움이었다.

3분 완성 광고가 연관검색어까지

12월의 빠른 성장세에 이번 달에도...라는 욕심은 컸지만 마음같이 되지 않던 한 달이었다. 특히, 어제의 성공은 중요하지만, 그 경험 자체에 매몰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던 한 달이었다. 그래도 시행착오와 작은 성공들을 얻을 수 있었다. 어제의 성공에서 배울 점을 찾는 것만큼, 오늘 우리가 어디 있는지를 알고, 내일 어디로 갈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조금 돌아가 보는 것이 성수기 때 훨씬 크게 돌아올 것이라 믿고, 다가오는 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2월은 무려 5일짜리 설 연휴가 있었다(18년 2월의 설 연휴는 수요일부터 시작하여 일요일까지였다). 거의 10일에 가까운 배송불가 기간이 큰 걱정이었다. 보통 다른 이커머스 브랜드/플랫폼에서는 이런 배송 불가 기간에는 매우 보수적으로 운영을 한다고 들었지만, 성장이 가장 큰 목표였던 우리 팀은 '연휴 때문이야'라고 탓하고 지나가는 상황이 오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이렇게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연휴'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2월을 맞이하였다.

그런데, 긴 연휴와 그에 따른 열흘에 가까운 배송 불가 기간, 그것들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다음 편으로...


세 줄 요약   

1) 어제 성공한 것이라도 오늘은 다를 수 있다, 사실 다른 경우가 더 많다.

2) 새로운 것을 할 때에는 그냥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잘하는 것은 그다음이고.

3) 그래서 진짜 필요한 일이 있으면, 그냥 누구든 하면 된다. 일단 하는 게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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