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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FA Nov 30. 2019

에어팟프로 실리콘 케이스
200개 팔아보기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대 처맞기 전까지는.

차별점이 없는 제품도 분명 차익거래(arbitrage)가 가능한 시장의 기회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 기회는 타이밍을 선점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가져갈 수 있는 마진의 폭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줄어든다. 그렇기에 핵심적인 요소는 빠른 소싱과 프라이싱이며, 경쟁자들보다 앞서서 소싱하고, 더 빨리 싸게 팔기 시작해야 한다. 


관리해야할 가장 중요한 지표는 회전율이다. 시간이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어 재고의 시장가치가 떨어진다. 공산품이니 대충 팔리기만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다 원가도 못건진다(공급자에게도 이 논리가 똑같이 적용되기에, 시간에따라 공급가도 떨어지고, 그럼 내가 사온 가격만 그대로다). 높은 회전율은 많은 재고를 감당할 수 있게 해주고, 한번에 많이 사입해올 수 있어 더 낮은 원가를 가능하게 해준다. 적정한 회전율(취급하는 상품에 따라 다를것인데 얼마인진 모르겠다)을 목표로 하고,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면 더 많은 재고를 사입해와서 다시 비슷한 회전율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 이 과정을 반복한다면 건강한 비즈니스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에어팟프로 케이스 200개 30만원에 사와서 배운 것이니 다 못팔아도 나쁘진 않지만, 그래도 다 잘 팔았으면 좋겠다. 혹시 이 글 읽고 있는 분 에어팟프로 케이스 필요하지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망설이지 않고 여기를 클릭해주었으면 좋겠다. 애석하게도 지인 할인은 없다. 이미 많이 쳐맞아서 마진이 진짜 없어서 그렇다.


지난 10월 28일, 에어팟프로(3세대)가 출시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에어팟프로, 모다피처럼 생겼다.

출시 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알리바바에 들어가서 airpod pro case를 검색한 후, 적당해보이는 업체에 200개 견적을 받아서 비싼 항공 배송비까지 지불해가며 구매했다.


에어팟 프로 출시 소식을 듣기 며칠 전 페이스북에서 에어팟 프로 가죽케이스를 수공예로 만드는 동영상을 보았는데, 그 동영상의 헤드라인이 '연 매출 1억 찍는 가죽공예'였다. 묘하게 만족감을 드는 공예 과정을 보며, 애플에서 새로운 모양의 제품을 내면 - 그것이 아이폰이든 에어팟이든, 그것의 주변에 생태계가 형성된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에어팟이 나오기 전에는 가죽공예로 하는 것들이 기성제품이 고도화되어 있는 지갑/벨트/가방 정도였을 텐데, 에어팟의 등장은 기성 제품들이 따라오기 전에 이런 소상공인(?)에게도 기회를 열어주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출시를 하기 전에 미리 상품을 받아놓고, 해외에서 미리 사서 들어오는 얼리어답터들은 분명 검색을 통해 케이스를 구매할테니, 그 수요를 미리 받아먹고 있을 수 있으면 리뷰가 쌓여서 같은 가격이라면 더 우월한 지위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1. 생각보다 판매를 위한 행정 절차가 꽤나 오래걸렸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채널에서 판매자 등록을 위해서는 사업자등록/통신판매업 신고가 필요했다. 오랜만에 하는 사업자등록과 통신판매업 신고는 내 경험과 달리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걸려서야 마무리되었다(물론 중간에 삽질을 아주 했다, 개인사업자 낼때 동업자는 되도록 지정하지 말자)

2. 생각보다 국내 출시가 정말 금방되었다. 한국 출시가 되기 전까지 자리잡을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국내 출시가 발표되자 판매하는 업체가 하루가 다르게 정말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그래서 정말 생각하던 딱 적시의 판매 개시는 물건너 갔지만, 그래도 배송을 받고, 어설프게나마 사진을 찍고 스마트스토어/쿠팡 등에 등록해서 팔기 시작했다. 이베이옥션은 정말 가입과정이 끔찍했다(아직도 제대로 처리가 안됐다, 그래도 다음 주에 다시 시도해볼 예정이다). 그래도 가장 핵심적인 유통채널은 네이버와 쿠팡이니, 어느정도 팔리겠지?라는 생각으로 판매자 등록을 하였다. 그리고 상단에 노출되는 친구들 가격대를 보니 중간중간 꽤나 싸게 파는 업체들도 있지만, 뭐 내가 적당히 상세페이지 잘 꾸미면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고 조금 원가 대비 3배 정도의 가격을 설정했다. 그리고 적당히 키워드 광고 정도만 세팅해가며 팔리길 기대했다.


놀랍게도 저어어어엉어어어엉엉말 안팔렸다. 엉엉...

그냥 키워드 먹는 장사 해보는 경험으로 끝내기 아쉬워서 딜페이지 수정도 해보고, 키워드 광고도 더 많이 집행해봤는데 진짜 하.나.도. 안팔렸다.


이런 저런 시행착오 끝에 가격을 내리는 결정을, 한 번도 아니고 세 번 하고 나서야 슬슬 팔리기 시작했다. 경쟁우위가 없는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경쟁우위가 있는 것처럼 보일수 있을 거라 자만했고, 그걸 빠르게 캐치하지도 못한 것 같았다. 그래도 이제 조금씩은 팔려서 택배상자 붙이고 보내는 소소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진짜 하나도 안팔렸으면 이런 글도 못 썼을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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