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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날덕 Mar 07. 2024

11. 이름이 붙는다면 스테디셀러

누구나 부러워하는 잭 퍼셀 운동화 <하루키 일상의 여백>

얼마 전 하버드 광장 근처를 어슬렁어슬렁 지나가다가, 바겐 세일중인 잭 퍼셀 운동화 가게를 보았다. 내친 김에 감색 운동화를 20달러쯤 주고 사 왔다. 옛날부터 봐 왔던 지극히 평범한 잭 퍼셀 운동화였다.


안녕하세요 무라카미 씨! 이 글을 쓰신 게 아마 90년대 초중반이실테니 벌써 30년 전 이야기네요. 잭 퍼셀은 아직도 죽지 않았답니다. 아직도 컨버스 공식 홈페이지와 무신사 등등에서 6만원 정도에 팔고 있는걸요. 그 당시 20불이었다고 하셨으니 가격이 대략 300%쯤 오른 걸까요? 하지만 30년동안 오른 물가를 생각해보면 3배 정도야 아무것도 아닌 것 같긴 합니다. 1995년에 짜장면이 2,000원, 참이슬 한 병은 500원, 디스 한 갑이 900원, 신라면이 한 봉에 300원이었으니까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300% 정도는 양반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 때 마용성에 아파트를 샀어야..


아무튼 잭 퍼셀 씨가 1935년에 P.F. Flyers를 위해 디자인한 이 신발은 내년이면 벌써 90주년을 맞게 됩니다. 90년동안 잊혀지지 않고 꾸준히 팔려오다니 참 대단하죠. 패션계에는 이렇게 클래식한 디자인이 오랫동안 인기를 얻는 경우가 종종 왕왕 있는 것 같더군요. 6개월만 업데이트를 놓쳐도 시대에 뒤떨어져 버리는 IT업계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 같습니다. 디자인 하나 잘 뽑아서 90년이라니 두 눈 가득 부러움이 차오르네요. 우는 거 아닙니다 아닐 거에요 아흑 아흑.


이렇게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디자인의 신발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당장 저만 해도 스무살 때부터 신던 신발들만 계속 신고 있거든요..


아디다스 스탠 스미스

잭 퍼셀과 마찬가지로 스탠 스미스 역시 유명한 테니스 스타 스탠 스미스의 이름을 딴 모델입니다. 이름만 딴 게 아니라 이 아저씨 얼굴이 신발 혀에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어 얼굴도 오래오래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계시죠. 하지만 1965년에 처음 이 신발이 나왔을 때의 이름은 아디다스 스탠 스미스가 아니었습니다. 아디다스 로버트 헤일렛이었답니다. 역시 당대에 유명했던 프랑스 출신 테니스 스타였죠. 하지만 71년에 로버트 아저씨가 은퇴하고 나서, 78년에 미국인 테니스 스타 스탠 스미스의 이름으로 바꿔 달게 됩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스탠 스미스라고 불리게 된 거죠. 


제가 스탠 스미스를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때였습니다.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현관에 초록색 힐캡의 스탠 스미스가 놓여있지 않겠어요? 스탠 스미스 중에서도 찍찍이 형태의 스탠 스미스였습니다. 찍찍이라는 데에 한 번 놀라고, 청량한 초록색 힐토에 한 번 놀라고, 그리고 아디다스의 삼선이 펀치홀로 그려져 있는 데에 한번 더 놀랐죠. 여러 모로 충격적인 첫 만남이었습니다. 첫사랑은 이어지지 않는다고들 합니다만, 아찔한 첫사랑의 추억과도 같았던 첫 만남 이후 스탠 아저씨와의 인연은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이어지고 있습니다. 역시 돈 주고 살 수 있는게 최고. 친구들이 생일 선물로 뭘 받고 싶냐고 물어봐 스탠 스미스라고 대답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덕분에 색깔별로 스탠 스미스를 구비할 수 있었죠. 신던 스탠 스미스가 낡고 망가지면 그대로 아디다스 매장에 들어가 새 스탠 스미스로 바꿔 신고 나오기도 했구요. 그렇게 지금까지 쭈우우욱 신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네요. 


현재 이렇게 세 켤레가 있습니다. 까만 스탠 스미스는 가끔 구두 대신으로 신기도 합니다. 근데 정장엔 생각보다 흰 스탠 스미스도 잘 어울리더군요.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스탠 아저씨는 지금 77살로, 캘리포니아의 파사데나에 거주중이시라고 합니다. 자기 얼굴이 그려진 신발을 전 세계 사람들이 신고 다닌다니,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요? 하지만 켤레당 개런티를 받을 수 있다면 확실히 신날 것 같긴 합니다. 자꾸 생각하면 부러움에 마음이 부스러질 것만 같으니 여기까지만 생각하겠습니다. 스탠 스미스의 기원과 스탠 옹의 2019년 인터뷰를 보시고 싶으시다면 요 에스콰이어 아티클을 참고해 보시와요.


그나저나 IT 엔지니어 이름이 운동화에 붙으면 이상하겠죠? 아디다스 (압둘) 자바 고슬링이라거나 나이키 덤프 루소노비치라던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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