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쏙 드는 생각 노트를 만나다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제주도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여행 다니며 떠오르는 것들을 끄적일 수 있는 노트 한 권 사야지 했는데 완전 맘에 쏙 드는 걸 찾았다.
손으로 접고 꼬매서 만들었다는, 그래서 조금은 삐뚤빼뚤해도 정성은 100%라는 수제노트. 색깔은 표지가 4가지 속지는 3가지였는데, 샘플 노트 앞에 깨알같이 속지 별 추천 용도를 적어줘서 더 좋았다.
고심 끝에 내가 고른 건 가방 안에 아무렇게나 넣고 다니다, 생각날 때 불쑥 꺼내 들어 끄적여도 될 만큼 튼튼해 보이는 흙색 노트. 가방에서 이리저리 쓸려도 빈티지한 매력만 더해질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맘에 들었던 건 바로 미색 속지. 처음 샘플 노트를 펼치자마자 환하게 와 닿는 빛깔이 늦은 밤 스탠드 하나 켜고 일기 쓸 때, 그 불빛에 비쳐 희미한 듯 환하게 빛나던 종이를 닮아 반했다. 펼치기만 해도 감성에 불이 반짝 켜질 것 같은 느낌.
실제로도 그랬다. 여행 내내 어디든 들고 다녔는데 노트만 펼치면 감성감성 해지는 덕에 버스 정류장에 혼자 앉아서도,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도, 현무암 위에 앉아 두 발을 찰방거리던 바다에서도, 파란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도 끄적일 수 있었다.
특히 버스 안에서 글을 쓰는 게 좋았다. 뚜벅이 여행 글쟁이답게 버스가 움직일 때는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하고 버스가 멈출 때만 글을 썼는데, 그 덕에 버스가 움직여도 신호대기를 받아 멈추어도 즐거웠으니까. 그렇게 풍경과 생각이 어우러져 글이 느리게 느리게 채워지는 것도 좋았다.
이제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이 노트는 계속 들고 다니며 여행 다닐 때와 같은 감성들로 채워 넣고 싶다. 그렇게 감성이 쌓이는 만큼 이리저리 쓸려 조금은 낡을 노트의 모습도 기대된다.
아아, 한 권 꽉 채우면 되게 뿌듯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