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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야 Dec 24. 2019

이상적인 마에스트로 <파바로티>

2020년 새해를 여는 클래식 영화


*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나다M을 통해 본 시사회입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클래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의 이름을 변형시킨 <파파로티>라는 영화가 개봉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출연 배우 이제훈이 내레이션 소감 영상을 촬영한 것 같다.)      


전 세계 음판 판매량 1억 장 이상, 역대 최다 앙코르 수를 기록한 클래식계의 레전드 테너. 그의 삶을 다룬 영화가 2020년 새해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 평소 공부하지 않았던 분야인 클래식, 게다가 테너의 삶을 다룬 영화라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이 영화에서의 파바로티는 한 편의 오페라 같은 삶을 보여주고 있다.     



 

타고난 재능유쾌한 성격의 천재 

    

영화의 초반부에 <귀여운 입술>이 울려 퍼지는 순간, 파바로티를 설명할 다른 수식어들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목소리가 곧 증명이었으니. 저렇게 뛰어난 재능을 가진 천재라면 어딘가 모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게 웬일. 그의 주변 사람들은 그를 순수하고 유쾌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좋은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면과 유머러스하면서도 친근하게 구는 성격으로 호감을 사는 타입이었다. 


그런 데다가 자신의 재능을 알고 목적의식을 분명하게 가진 사람이었다. 그의 주변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자연스레 파바로티에게 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상적인 마에스트로 

    

파바로티는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라는 위치에서 만족하지 않고, 나아가 새로운 것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더욱 칭송받는다. 경쟁하기보다는 협력하는 ‘쓰리 테너’ 공연을 비롯해, 팝이나 록스타들과 함께한 컬래버레이션 자선 공연이 오페라의 지평을 넓힌 것으로 보인다. 파바로티는 이에 대해 명성을 위해 새로운 오페라를 추구한 것이 아니라, 오페라를 친근하게 만든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다이애나 왕세자비와의 우정도 좋았지만, U2의 보노가 자선 공연을 하게 된 계기가 재미있었다. 직접 전화를 걸고 찾아간 에피소드도 그렇지만, 보노의 가정부와 친하게 지냈던 이야기는 그의 유쾌한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다.      




흔들리는 애정의 방향     


삶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로 제작했을 때, 마냥 좋은 이야기만 나올 수는 없다. <파바로티> 역시 애정 문제에 관해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는 일찍 결혼해 딸 셋을 두었는데, 그 후 34살 차이가 나는 니콜레타와 스캔들이 난다. 문제는 그 스캔들에 대해 반성은커녕, 당당하게 아이를 낳고 결혼까지 진행했다는 것이다. 정작 파바로티의 첫 번째 가족들은 이 스캔들 또한 그냥 지나가리라, 싶은 마음으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파바로티는 사랑을 받는 것도, 주는 것도 즐기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공연으로 인해 오랜 해외 생활을 해야만 해서 가족들과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불륜 스캔들이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모든 가족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고 싶었던 점은 ‘파바로티’답다고 해야 할까. 자신의 행복이 곧 타인의 행복이 될 것이라 믿는 꽃밭 속에 살아온 사람으로 보였다. 공적으로는 최고의 오페라 가수지만, 사적으로는 무책임했던 모습까지도 <파바로티>에 그대로 담겨 있다.      



중요한 것을 느끼고 그것을 위한 삶을 살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바로티는 음악으로 훌륭한 업적을 남긴다. 재단을 운영하고, 구호센터를 설립했으며, 보스니아의 아이들을 가르치며 후배를 양성한다. 이런 점들이 파바로티의 명성을 더욱 드높인 것이 아닐까. 보스니아 전쟁 피해 아동들을 위한 자선 행사인 ‘파바로티와 친구들’ 공연 역시 그의 자선가적인 행보를 뒷받침한다. 유명한 테너로서의 삶도 멋있지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그의 모습은 박수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오페라를 잘 모르는데 <파바로티>의 삶을 다룬 영화를 보러 가도 괜찮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주변인들의 인터뷰와 파바로티의 생전 모습을 복원하여 그의 삶을 자연스럽게 알아가도록 만들었다.     

 



게다가 ‘네순 도르마’, 쓰리 테너의 공연 등은 오페라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지인과 공통적으로 통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파바로티의 노래를 계속 듣는데 전율이 일어나는 것처럼 감동이 있었다. 공연들을 돌비 아트모스 사운드로 복원했고, 오케스트라 리앰핑 기술을 시도했다고 한다. 영화를 통해 그의 목소리를 최대한 보존했기에 그때의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용감한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던 테너의 인생을 담은 영화 <파바로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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