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짜 Nov 24. 2024

거짓말, 인간관계, 포모 증후군



 이번 주 금요일 저녁, 초등학교에서 같이 일하는 분들과 회식을 했다. 회식이라기보다는 모임? 저녁 약속? 아무튼 우리는 모여서 먹고 마시고 대화를 했다. 일을 할 때는 정말 가벼운 스몰토크 위주로 대화를 이어가지만 이런 멍석이 깔린 자리는 대화의 주제가 더 넓어지고 깊어지기 나름이다.


 같이 일하시는 분들 중 나와 다른 남자 직원 말고는 모두 다 가정이 있는 분들이다. 그러다 보니 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얘기가 남편, 자식들, 시댁 얘기다. 이 주제를 가지고 넓고 깊게 대화가 진행된다. 나에게는 마치 먼 이야기나 접하지 못한 세계관이다. 그들의 대화에 조금씩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지만 얼마 못 있고 튕겨져 나간다.


 그들의 대화가 잠깐 멈추면 간혹 나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조심스럽게 질문들을 날린다.


 “가족 관계가 어떻게…?”


 “부모님은 결혼 얘기 안 하셔?”


 “아직 젊으니까 지금 하고 있는 일 보다 더 좋은 일 구하러 자격증을 따는 게…”


 “월급은 얼마 정도 벌어……?”


 이러한 질문들은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조금 힘들다. 가족 얘기는 면접을 보지 않는 이상 항상 거짓말을 한다. 왜 거짓말을 하냐 하면.


 1. 얘기했을 때 나를 바라보는 동정의 눈빛이 싫어서.


 2. 말을 하고 나면 갑자기 슬퍼져서.


 3. 분위기가 나로 인해 급작스레 다운되는 게 불편해서.


 크게는 저렇게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거짓말로 여차저차해서 대화를 넘어간다. 그러나 직업과 결혼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면 할 말이 없다. 게다가 지금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사연을 구태여 설명하기도 싫다. 나에게는 돈이 없고 대신 꿈이 있다고 말하면 그들이 과연 이해해 줄 수 있을까? 아니 이해를 바라지는 않지만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게 싫어서 말하기 싫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확률적으로는 이게 더 크니까. 게다가 나는 관계의 깊이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내가 할 수 있는 얘기의 깊이도 달라진다.

 다시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면 나는 이런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한다.


 ‘내가 지금 많이 뒤처져 있나?‘


 ‘괜찮은 직업에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는 삶은 어떨까?‘


 ‘나는 저들처럼 살 수 있을까?‘


 ‘계속 이렇게 살면 난 어떻게 되는 걸까?’


 ‘혼자서 계속 이런 삶을 못 살 거 같은데…‘


 이런 생각과 불안은 집에 가서도 끝나지 않았다.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내 또래에 비슷한 상황을 겼고 있는 유튜버가 ‘포모 증후군’이라는 얘기를 했다.


 포모 증후군이란? 자신만 사회적 흐름에서 뒤처지거나 소외된다는 불안감을 의미한다.


 내 얘기였다. 그들과 연결되지 못해 더 큰 외로움과 불안을 가지는 것이었다. 이 증후군이 더 심해지면 자존감 저하, 우울, 사회 불안, 중독 등등 정신건강의 악화가 심해진다고 한다.


 극복방법은 싱글 태스킹, 현실에 집중하기, 감정일기, 혼자만의 시간 가지기가 있다고 한다. 몇 개는 이미 예전부터 하고 있어서 그런지 포모 증후군이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든다.


 ‘이 관계를 지속하는 게 맞는 걸까?’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가차 없이 끊었겠지만 지금 만나는 분들은 그렇지가 않아 고민이 된다. 성향도 비슷하고 대화도 잘 통한다. 더 깊게 친하지 않아서 진짜 깊은 관계가 되면 어떨지는 장담 못 하지만. 30대가 되어서도 사회생활이라든가 인간관계라든가 하는 것들은 아직도 참 많이 어렵다.



 













작가의 이전글 담백하거나 달고 짜고 쓰고 시큼한 하루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