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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짜 Apr 07. 2024

에세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다



 “니 이번에 쓴 글 보고 진짜…! 으휴!”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아무렇지 않았다. 아주 얇디얇은 창문이 깨졌다. 흐트러진 정신을 부여잡고 얘기했다.


 “N잡 때문에 바빠서 몸이 힘든 것도 있고, 일단 일주일에 한 번 올리는 것에 의의를 둔 거니까…뭐 어쩔 수 없죠.”


 마음에 들지 않는 변명. 글을 못 써서 변명도 형편없는 건가 하고 실없는 생각이 잠깐 스쳐간다.


 이 일이 며칠이 지나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에세이 잘 쓰는 법’을 누르고 있었다. 이곳저곳 찾다가 ‘그래, 이게 정답인 거 같다…!’ 싶은 내용의 글이 있었다. 주인장의 글은 이러했다.


 “참신한 소재를 쓰던가, 뻔한 소재에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과 의미를 부여하던가.‘


 에세이의 핵심은 ‘남이 보는 글’이기 때문에 신변잡기 수다처럼 아무 얘기나 쓰면 안 된다고, 생각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글을 읽고 처음에 든 생각은 ‘참신한 소재’였다. 나에게는 참신한 소재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한때는 ‘왜 나만 그럴까?’하며 자기 연민에 빠져 허송세월을 보낸 적도 있었는데, 글로 쓰고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보니 나는 평범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유별나지도 않았다.


 그다음은 ‘나만의 관점과 의미부여, 생각, 철학’이다. 이것 또한 그리 깊지 않다. 아주 얇고 얇아서 밑천이 투명하게 다 드러난다. 에세이뿐만 아니라 모든 글이 생각에서 시작되는데… 생각해 보면 생각을 한 게 아니라 기억, 추억을 글로 적거나 감정을 적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생각은 생각하지 않았다.(이런 문장 만들기에 맛 들린 듯?)


 그렇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음식이다. 글쓰기를 음식에 비유해 보았다. 그것도 나의 패이보릿 김치를.


 우선 매일매일을 하루 있었던 일, 경험과 감정들, 생각을 기록한다. 그렇게 모인 기록들 중 몇 개를 선택한다. 김치를 만들 재료들을 고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이리저리 엮어서 초고를 쓰고 묵힌다. 재료를 버무린 김치처럼. 묵힌 글은 다시 쓰며 생각과 순서를 정리한다. 그러면 맛이 익은 김치가 되는 것이다. (맛있겠다!) 김치에다 비유를 하고 글을 쓰니 이렇게 술술 써질 줄이야.(그러고 보면 난 참 먹는 걸 좋아한다)


 아마 이 다음 글부터 심판대에 오를 것이다. 잘 익은 김치가 될지, 속이 아직도 허연 배추가 될지는 그때가 되어봐야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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