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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짜 Apr 14. 2024

생각해 본 적 없는 미래



"언제까지 이 일 할 겁니까?"



 졸린 눈을 비비던 내 손은 그대로 멈췄다. 그걸 보고 눈치를 보고 있던 내 입은 어버버 거리다가 겨우 둘러댔고 그제야 내 다리는 내 자리에 있는 의자까지 갈 수 있었다. 의자에 앉아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나는 언제까지 이 일을 할까?


러프하게 생각한 것은 프리랜서 혹은 작가가 될 때까지 아니면 독일유학을 갈 수 있게 자금을 모을 때까지로 기한을 잡았지만 구체적이고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다. 만약에, 혹시나 만약에 3년, 5년, 10년이 지나도 어느 것 하나 이루지 못한다면 난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간호조무사 선생이 질문을 하기 전까지는 생각도 없었고 걱정과 불안도 없었다. 미래를 미리 걱정하는 것은 쓸데없는 시간낭비, 감정소모라는 걸 알아도 어디 그게 내 마음처럼 되는가?


경비근무를 하고 있으면 출퇴근하는 직원들의 다양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안쓰러운 눈빛, 한심한 눈빛, 대견하다는 눈빛, 반가운 눈빛, 저 새끼 뭐야? 하는 눈빛, 마지막으로 무관심의 눈빛. 좀 더 관심을 갖고 다가와 질문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


"장가는 갔어요?" "여자친구는 있고?" "장가 안 갔으면 얼른 준비해서 가이소!"


 그러면 나는 "허허허." 하며 실없이 웃는다. 난 내 그릇을 알고 있다. 어떻게 아냐고? 내가 내 인생을 봐도 나 혼자만으로 벅차고 버겁다. 내 밥그릇도 겨우 챙겨 먹는 정도다. 또 한 분이 다가와 말을 하신다.


 "다른 직장으로 옮길 거죠?" "안정적이어야 누굴 만나서 빨리 결혼하지!"


 내가 생각해 보지 않은 일들. 난 그저 막연히 '되겠지.' 하면서 지냈다. 그런데 사실 저 문제는 20대 후반 인생의 생사가 달린 갈림길에 섰을 때 이미 답을 내린 문제였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꿈을 이루는 인생을 살자!'라고 말이다.


 내 또래들 중에는 벌써 가정을 이루어 아이가 초등학생, 중학생인 경우가 제법 있다. 가끔씩 그런 또래들을 보면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자기 연민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경제적 책임감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그 시절을. 그 당시에는 하루에 반은 즐거웠던 과거를 그리워하며 보내고 나머지 반은 오지 않은 미래를 끔찍하다며 걱정과 불안으로 살았다.


 내 인생은 왜 이럴까? 주위에는 이런 일이 없는데 왜 나만 그런 걸까? 우리 집은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으니 내가 알아서 돈이 되는 직업만을 찾아서 직장을 다녀야지. 어떻게든 버텨야지 못 버티면 그건 내가 나약하고 한심해서니까.


 매일 저 생각들 뿐이었다. 20대 인생의 대부분을 날려버린 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가끔은 그 시간들을 더 알차게, 의미 있게 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근데 또 그리 아쉽고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러한 일들이 있었기에 나 자신도 몰랐던 나 자신을 알 수 있었고, 잘못된 방향으로의 '고집'이 얼마나 무서운 지도 깨달았다.(나도 한 고집하는구나도 이후에 알았다) 아마도 필연적으로 저런 시간들이 필요했을 것이다. 다만 나 같은 경우에는 그 시기와 기간이 좀 아쉽게 느껴졌을 뿐이지...


 나중에야 또 생각과 마음이 바뀔지 모르겠으나 지금까지는 내 인생의 목표와 의미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계속 도 전하고 결국에는 이루는 것이다. 그것들이 다시 나를 살게 했으니까. 조금 과장을 보태면 진짜 목숨 걸고 내달릴 것이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인생의 목표와 의미에 초점을 맞추어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설령 들어와도 마음에 여유가 없다.(돈도 없다) 그저 하루하루 꿈을 향해 묵묵히 전진할 뿐이다.


 "언제까지 이 일 할 겁니까?"


 "글쎄요, 언제까지인지 모르지만 아마도 꿈을 이룰 때까지나 포기할 때요."


 내 상상 속 대화다. 나름 괜찮은 대사라 생각한다. 연습해 두었다가 다른 누군가가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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