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
조금은 진부한 이야기.
티비를 보다가 술이 고파서 와인 한모금 했어.
자려다가 잊은 물건이 있어 찾다 말고
뜬금없이 서랍정리를 하게 됐지.
그렇게 서랍 정리를 하다-채 정리하지 못했던 이삿짐 사이에 껴 있던-오빠와 내 돌 사진을 봤어.
어린 시절 무던히도 봤던 액자 속 아기 사진 두 장.
어째선지 오늘은 그게 그렇게나 봐지더라고.
같지도 않은 술 한잔에 울컥.
취하지도 않았는데 눈물 따위가 어찌나 흐르던지.
똘망한 눈매에 눈물이 어렸더라고.
사진 속 아기는 그렇게 울었나보더라니까.
남자 아기는 얼마나 울었는지 큰 눈에 눈물이 고였고,
여자 아기는 눈썹이 내려앉은 울상이었어.
남자 아기 손에는 장난감이 쥐어져 있었는데,
겁 먹은 눈망울로 채 앉지도 못하고 서 있더라고.
그 와중에 진땀 뺐을 엄마 아빠가 생각나서 또 울컥.
망할놈의 알콜 향은 또 왜 이렇게 진한지,
코 끝이 시큰해서 또 한번 울컥.
옛 추억 곱씹다 보면 울컥한 적 한두 번도 아니지만,
봄 타는지 울컥하는 나란 놈은 속도 없는지.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라던 말에도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고야마는 나란 놈은
마냥 북받쳐도 아침에 눈 뜨면 잊어버릴 녀석이라서
내일이면 또다시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말썽쟁이 막내 짓 하다 엄마 아빠 속썩이고 있겠지.
그럴거면 울지나 말던지.
아니,
술 때문인 척 하지나 말던지.
아니,
봄 탓으로 돌리고 울컥대지나 말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