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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쑤댕 Apr 07. 2017

돌 사진

뭐랄까,

조금은 진부한 이야기.


티비를 보다가 술이 고파서 와인 한모금 했어.

자려다가 잊은 물건이 있어 찾다 말고

뜬금없이 서랍정리를 하게 됐지.


그렇게 서랍 정리를 하다-채 정리하지 못했던 이삿짐 사이에 껴 있던-오빠와 내 돌 사진을 봤어.


어린 시절 무던히도 봤던 액자 속 아기 사진 두 장.


어째선지 오늘은 그게 그렇게나 봐지더라고.


같지도 않은 술 한잔에 울컥.

취하지도 않았는데 눈물 따위가 어찌나 흐르던지.


똘망한 눈매에 눈물이 어렸더라고.

사진 속 아기는 그렇게 울었나보더라니까.


남자 아기는 얼마나 울었는지 큰 눈에 눈물이 고였고,

여자 아기는 눈썹이 내려앉은 울상이었어.


남자 아기 손에는 장난감이 쥐어져 있었는데,

겁 먹은 눈망울로 채 앉지도 못하고 서 있더라고.


그 와중에 진땀 뺐을 엄마 아빠가 생각나서 또 울컥.


망할놈의 알콜 향은 또 왜 이렇게 진한지,

코 끝이 시큰해서 또 한번 울컥.


옛 추억 곱씹다 보면 울컥한 적 한두 번도 아니지만,

봄 타는지 울컥하는 나란 놈은 속도 없는지.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라던 말에도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고야마는 나란 놈은

마냥 북받쳐도 아침에 눈 뜨면 잊어버릴 녀석이라서


내일이면 또다시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말썽쟁이 막내 짓 하다 엄마 아빠 속썩이고 있겠지.


그럴거면 울지나 말던지.


아니,

술 때문인 척 하지나 말던지.


아니,

봄 탓으로 돌리고 울컥대지나 말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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