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그림 있는 이야기

by 배추흰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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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이 되었다. 어렸을 때는 자주 겪었던 일이었는데, 근래에는 겪어본 적이 없어서 몹시 당황스러웠다.

전기가 나간 것을 알고 누군가가 전화를 하든가 아니면 한전에서 알아서 고칠 거라고 생각하다가 사방이 고요해서 직접 한전에 전화를 했다. 아무도 신고를 한 사람이 없다고 했다. 남편이 밖에서 옆집 계량기를 보고는 우리 집만 정전인 것 같다고 하니 알아본 후 연락 주겠단다.


대낮의 정전이라 별로 아쉬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TV가 꺼지니 우선 심심했다. 물을 마시려 하니 정수기가 되지 않았다. 냉장고를 열어보고 싶었으나 우리 집은 자동문으로 되어 있는 냉장고라 열리지도 않았다.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배고픈 남자 둘과 함께 있자니 걱정이 되어 억지로 열었으나 무얼 꺼내 먹을지 암담했다. 우리 집은 밥을 미리 해 두고는 때마다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고, 전기레인지로 요리를 한다. 모두 먹통이다. 한겨울에 찬밥을 먹을 수는 없고 배달을 시키기로 했다.


핸드폰은 사용 가능하여 오랜만에 짜장면을 시켰다. 그동안에 한전에서 연락이 왔고, 곧 고치는 분들이 출동할 거라고 했다. 짜장면이 올 때가 지났는데 영 소식이 없다 하고 있는데 밖에서 무언가 크게 외치는 소리가 나서 전기 고치러 왔나 하고 나가보니 배달 아저씨였다. 초인종이 안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마냥 앉아서 기다린 거다. 아저씨가 전화를 하기는 했는데 넋 놓고 있던 나는 전화 온 줄도 몰랐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나니 전기를 수리할 분들이 왔다. 우리 집에서만 연락이 와서 우리 집과 연결된 전선의 고장을 의심하며 고치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나타나 전봇대의 기사님들을 구경했다. 골목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며 고치는 것을 보기 위해 나온 거다. 나처럼 누군가가 신고하겠거니 하고 기다리던 사람들인가 보다. 수리기사님이 오시고도 한 시간쯤 걸려 수리가 끝이 나고 불이 들어왔다.


숨을 쉬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야 공기의 소중함을 알 거라고 흔히 말한다. 그러나 숨을 쉬지 못하는 상황도 쉽게 오는 게 아니라 공기의 소중함은 상식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공기와 같은 전기가 우리 생활에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아주아주 흔하지 않게 정전이 되고, 그렇다고 해도 빠르게 고쳐지는 것이 전기인 줄 알았는데 말이다.


우리 큰 아이가 아기 때 영 잠을 자지 않고 놀려고 하면 불을 다 끄고는 "전기가 나갔어. 이제 자야 해.'라고 했었다. 불이 들어오지 않으니 자야 한다고 말이다. 아이는 베란다에 가서 훤히 동네를 밝히고 있는 가로등을 보며 손짓을 하며 소리쳤었다.


"불~~~!, 들어와! 불~~~! 들어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