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림이 있는 이야기

by 배추흰나비
KakaoTalk_20260102_153620588.jpg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

언제가 딸은 나에게 자신이 급하게 부르면 바로 와 줄 수 있는지 물었었다. 성인들이 모여 일을 하면서도 서로 의견 충돌이 생기면 엄마를 모셔와 누가 잘못했는지 가려보자 뭐 이런 이야기들이 오고 갔던 모양이다. 그럼, 가야지. 마스카라 딱 올리고, 빨간 립스틱 찐하게 바르고 말이야.


12월 어느 날,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엉엉 울고 있었다.

짧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가 딸 회사에 말도 안 되는 일이 생겨 내가 서울로 출동해야 하는 바로 그날인 줄 알고 미간에 힘을 빡 주고 왜 그런지 물었다.


엄마, 나 며칠 전부터 배가 아팠는데, 지금 병원인데, 뱃속이 터졌대. 소장이 터졌대


소장이라니! 상식으로 알고나 있었지 내 뱃속에 소장이 있다는 것을 인지조차 못하고 살고 있었는데 이건 무슨 일인가 싶었다.

의사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악성 림프성 종양부터 수술 시 소장만을, 혹은 대장까지도 잘라낼 수도 있다는 어마무시한 이야기를 했고 나는 연말을 딸과 병원에서 지냈다.


약에 취해 잠든 딸을 보자니 울화가 치밀었다. 서울에 혼자 살고 있는 딸은 삼 년 전에도 배가 아파서 새벽에 직접 운전을 하고 병원 응급실에 가서 맹장 수술을 한 전력이 있다. 일이 얼마나 고되었으면 배가 두 번이나 터지나 하는 생각이 솟구쳐 딸의 회사로 쳐들어 가려다가 간신히 참았다. 그래도


새해가 오기 전에 조직검사 결과 무탈하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새로운 해를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었다.


나는 늘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운다. 하루 계획, 일주일 계획, 한 달 계획, 일 년 계획.

물론 그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많다. 건강이 허락하지 않으면 더더욱 그러하다.


어쨌든 2025년은 갔고, 2026년의 계획을 세워본다. 내가 건강을 바란다고 건강이 내 옆에 상주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해가 되어야겠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겠다는 결심보다 나에게 주어진 이 하루하루를 기쁘게 살아야겠다고 결심해 본다.


모두 새해 건강 복 많이 받으시길



매거진의 이전글정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