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쉐퍼드 Jan 13. 2019

인생이 막막해? 점 하나 일단 찍어봐!

-영어 동화책 <The Dot>에서 배우는 인생철학.


안녕하세요. 우리집 도서관 관장 유니스예요. 요즘 저희 집은 큰일을 하나 치르는 중입니다.


바로 큰 아이가 입시 준비를 하고 있어요. 마냥 품 안에 아기 같은 딸인데 이제 인생이라는 커다란 무대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야 하는 것이 안쓰럽기도 대견하기도 해요. 뒤늦게 준비하기 시작해 이제 자소서를 쓰는데,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을 바로 이 <The Dot>라고 썼더라고요.  

이야기의 구성은 간단해요.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리지 못해 화가 나 있는 주인공에게 선생님이 그냥 점하나를 찍어보라고 해요. 

 " Just make a mark and see where it takes you!"  (그냥 점 하나 찍어봐 그리고 그게 어디로 가는지 지켜보렴!)  

주인공은 "옜다 점이다"하는 표정으로 종이에 점 하나를 찍고, 선생님은 그 아래 사인을 해 달라 하셔요. 다음날 학교에 가보니 그 점 하나 찍은 그림은 고운 금박 테두리를 입힌 채 벽에 걸려있는 거예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소녀는 그 이후 엄청난 속도로 몰입해 점 하나를 찍기 시작해요. 빨간 점, 녹색 점, 노랑 점....

그리고 마침내 점아트는 전시회를 열기까지에 이릅니다.

저는 이 이야기의 끝을 참 좋아해요. 그 전시회에서 온 그림에 자신 없는 소년에게 선을 하나 그려보라고 한 뒤 말하죠 "사인해줘!". 소녀가 유명한 점 그림 작가가 된 것도 멋진데, 거기에 자신이 경험한 점 하나 찍으면 달라지는 인생을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으로 전해준다는 사실이 멋지지 않나요!


내가 원하는 꿈이 너무 커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막막하고 답답할 때.. 누군가는 말하더라고요. 방부터 치우라고... 큰 시험이, 취업이, 또 다른 도전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 숨 막히고 뭐부터 해야 좋을지 모를 때는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정갈하게 밥을 차려 한 끼를 제대로 먹고 그렇게 나를 돌보고 기본으로 돌아간 후, 점 하나를 무심히 찍듯이 내가 할 수 있는 오늘의 일을 툭 해내는 거죠. 그러다 보면 그 일상의 사소함 속에서 나만이 가진 독특함이 점처럼 나오게 되고요. 조금 관점이 다르긴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말한 'Connecting the dots'와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지요. 내 지난 점들 하나, 하나가 무의미한 것이 없었고, 오늘의 나를 만들어냈다. 


그러니 어쩌면 빛나는 나의 내일은 오늘 자칫 별것 아닐 수 있는 '점 하나를 찍어낸' 그 '행동'에서 온다는 게 중요해요. 앉아서 '고민'하고 '찾아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되든 안 되든 뭘 하나를 해내는 'act out', 그 실행력 말이죠.


이렇게 멋진 보물 같은 책을 찾아낸 제 아이는 막상 자소서에는 이 책을 쓰지 않겠다고 하네요. 그림책이라 너무 시시한 것 같다고요. 그냥 한번 생각해본 것 뿐이라고요. 저는 아니라고 반박했는데 그 과정에서좀 답답한 마음에 아이에게 나쁜 감정으로 이야기했던 것도 같아요. 아니 어쩌면 저는 왜 점 하나 찍어내지 않냐고 윽박지른 건 아닌가 반성도 해보네요.  


 화폭을 가득 채운 그림만이 대단한 것은 아니듯이, 미사여구에 온갖 지식과 스펙으로 가득 찬 화려한 자소서 만이 정답이 아니고, 스쳐 지나가듯 만들어낸 점 하나가 어쩜 나에 대한 퍼즐 조각을 맞추는 신의 한 수일지도 모르기에 내가 한 모든 것들은 결코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닐 텐데. 이 역시 제가 강요는 할 수 없을 거예요. 결국 자신의 이야기는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니까요. 담대한 마음으로 믿고 바라보는 그리고 점 하나를 찍어낸 아이에게 선생님이 보여준 것 같은 무한한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유일한 길임을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샬롯의 거미줄에서 배우는 인성의 첫 요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