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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비수 Mar 06. 2022

아빠의 사진

토끼풀이불

illustration by tobysoo


 그 동안 써 왔던 마스크가 모두 동이 났고,

금요일 아침 마스크 100개가 집 앞으로 도착했다.

마루에 덩그러니 있는 상자가 눈에 거슬려서

안쪽에 넣어두기 위해, 마루 서랍장을 정리했다.


 햇빛이 잘 드는 토요일 오후, 잔잔한 공기 속에 정리하는 마음이 편안했다.

마스크를 보관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서랍장 안의 필요없는 물건을 꺼내드는 데...

 맨 안쪽, 반투명 봉투에 든 필름 사진 한 뭉큼이 보였다.

'어? 뭐지? 옛날 사진인가 보네... . 한번 봐야겠다 ㅎㅎ'


 가벼운 마음으로 추억 여행을 하기 위해 꺼내 든 사진들... ... .

언니의 초등학교 졸업식... , 큰이모 가족들과의 제주도 여행... ,

주말 가족 나들이... , 언니의 생일 축하 장면... ... .

생각해 보니, 주말 잠깐의 가족여행일지라도 아빠는 언니와 나의 사진을 자주 찍어주셨다... ... .

휴식을 위해 손에 든 종이

그런데 마냥 기쁜 마음만 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립고... 그리웠지만... 결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먼 기억 속의 뿌연 풍경이

지금 내 손 위에 어떤 형태를 하고 눈 앞에 보인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꿈' 같았다. 신기했다.


기억이 작은 종이 위에 형상을 하고 나타난다... ... .

사진이란 추억이 가진 가슴 찡한 매력인가보다.


"결국 남는 건 사진 뿐..."

이란 말.

싸이월드 시절 좋아하는 배우 배두나의 홈피에서 보았던 문구인데

스마트 폰의 시대에서도 여전히 필름 사진만이 가진

향수가 코 끝을 찡하게 한다.




세월이 정말 빠르다.

사는 순간 순간, 느끼게 되는 사실이지만

그 날 따라 애잔하게 느껴지는 인생의 진리.


지금의 이 순간도

미래의 내가

그리워하는 순간이 될 수 있을까?


과거와 미래보다, 현재에 충실하고 만족하고 싶다.

그런데

이 그리움이란 감정.

슬프지만 아름답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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