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여행사이, 어딘가
지난 수요일 밤,
내게는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밤 10시.
예방 접종을 하고 피곤하게 자고 있는 강아지 하니에게
뽀뽀를 하려고 얼굴을 들이밀었다가
코를 물리는 사고가 생겼다.
하니는 종종 주인을 무는 나쁜 버릇이 있다.
예전엔 내 손, 팔, 다리 에 입질을 해서 피가 나고 멍이 들기도 했었다.
3kg의 작은 강아지이고 이빨도 깨알 하나만하게 쬐끄메서 걱정없을 것 같지만.
송곳니 두개는 정말 날카로운지라
조금만 자신이 귀찮다는 느낌이 들면
물불 가리지 않고 사정없이 물어버린다.
그 날은 예방접종을 마치고 온 날이라
더 예민하고 피곤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하니 입으로 뽀뽀 쪽! 입술을 들이밀자
얼굴을 찡그리는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이 너무 웃겨서 두번.. 세번... 다가가자
네번 째에서는 그만 콱- 하고 내 코를 물고 놔주질 않았다.
너무 아파서 두 손으로 코를 붙잡고 웅크리자
눈에서 눈물이 났다.
코에서 손을 떼자,
피가 철철 흐르는 내 얼굴을 본 엄마가 깜짝 놀랐다.
"수정아, 옷입어. 응급실 가야겠다."
응급실로 향하는 차 안에서
엄마는 "그러게 왜 자는 애를 건드려?!!" 하고
소리쳤다.
너무 놀라면 사람이 힘이 쫙 빠지고. 아무 말도 하기가 싫어지나보다.
너무 놀라면 심장도 고요해지는 것 같았다.
그냥 온 몸에 힘이 빠졌다.
응급실은 코로나 검사를 해야 입장이 가능했다.
검사소의 의사분이
"지금 대기하면 12시간 기다리셔야 하는데, 기다리시겠어요? 아니면 다른 병원으로 가시겠어요?"
"...(머리 속이 하얘졌다)"
"다른 곳으로 갈께요."
예전에 봐두었던 빨간 배경에 흰 글자로 써있던 "산타마리 24시간 병원" 간판이 생각났다.
전화를 걸어봤다.
"지금 진료 받을 수 있나요?"
"네. 무슨 일이 신데요?"
"강아지한테 코를 물려서요."
"네. 주사 맞을 수도 있어서 11시까지 오셔야 하는데 오실 수 있나요?"
시계를 보니 10시 35분.
"네 갈 수 있어요."
야밤의 드라이브.
그리고 병원 도착.
붙여 놓았던 밴드를 떼어내고 의사선생님께 상처 부위를 보여드렸다.
"손으로 건들면 살이 벌어져요."
의사가 손으로 상처를 눌러본다. 몇 번 눌러본 뒤
"이 정도로 꿰매지는 않습니다. 다만 흉이 남을 거에요. 자외선 조심하고 물 들어가지 않게 하세요.
나중에 피부과 가서 레이져로 치료 받으셔야 할 거에요."
"..."
이미 내 몸에는 하니의 입질에 의한 조그만 상처가 남아있긴 하다.
하지만 얼굴 중앙에 흉이 남는 다는 사실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상처보다 가슴이 휑- 한 것이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며칠이 흐른 지금은
가슴이 조금 진정된 상태이다.
내가 얼굴로 먹고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의 얼굴에서 살이 파이고 피가 흐르는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거울 속의 내 얼굴은
놀람을 넘어
뭔가 소중한 거 하나를 잃은 것 같은 휑-한 감정을 주었다.
병원에서 준 진통제도 거의 다 먹어가고 있는데
가끔 소독하려고 밴드를 떼어보면
상처부위는 코 끝에 적나라하다.
피부과를 한번 가봐야겠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믿어보자.
시간의 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