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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품파파품파 Jan 11. 2018

실은 나도 혼자 개발하고 싶지는 않았다

스타트업 1인 개발자의 생각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의 공동창업자로 참여하여 회사를 만들고 운영해온지 2년 반이 지났다.


기획 단계, 베타테스트 등등의 과정을 거쳐 실제로 런칭을 할 계획이 세워진 후 내 첫 업무는 정말 명확했다.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자


 당시에는 어플리케이션 말고는 대안이 없었다. 명색이 개발자라고 창업에 참여했지만 할 줄 아는게 안드로이드 개발 뿐이었기 때문. 돌이켜보면 그때의 난 스스로 어느정도 개발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호기롭게 "내가 사람을 모아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겠다!" 라고 대표에게 얘기했고 대표는 당연히 내가 알아서 잘 만들어낼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을 4명이나 모아 개발팀을 5명으로 꾸려버렸다...(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몰랐구나 나란 놈;;)


 나를 포함한 안드로이드 개발자 2명, 서버 개발자 2명, 디자이너 1명으로 구성된 팀이었다. 아직 예비 창업 단계에서, IT기업도 아닌데 개발팀을 5명으로 만들 생각을 하다니. SOPT라는 창업 동아리에서 2주간 어플을 만드는 행사에 참여한 직후였기에 난 당연히 어플 하나를 만들기 위해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한 줄 알았다. 모두가 학생이었고 함께 공부하며 성장한다는 명목으로 사람을 그렇게나 모았지만 이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물론 당시의 나는 서버를 1도 몰랐으며 안드로이드 개발을 그렇게 잘하지도 않았기에 사람을 모을 수 밖에 없었으므로 후회는 없지만 잘못된 선택인 건 분명하다. 여러가지 문제 상황이 발생하였고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그때의 당사자들 모두에게는 지금도 정말 미안하다.


 결국 어플리케이션은 완성되었고 2016년 3월에 런칭을 해버렸다. 개발팀원들 중 남은 사람은 나와 안드로이드 개발자 1명이었다. 실력도 부족했고 계획에 쫓겨 급하게 개발했기에 사용성 테스트 기간이 충분하지 못했다. 역시나 어플리케이션은 엉망이었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 꽤나 고생을 했다.


 우리는 플랫폼 기반의 사업이었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자와 고객이 함께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했어야 했고 안드로이드만 런칭을 한 상태에서 아이폰을 소유한 서비스 제공자와 고객은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iOS 어플리케이션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우린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외주로 맡길 것인지 iOS 개발자를 구할 것인지. 하지만 지금 당장 iOS 개발자를 구하는건 너무 어려웠고 외주로 맡기자니 이후의 유지보수가 걱정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 언제나 새로운 배움에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결국 또 무리한 선택을 했다.


내가 iOS 공부해서 앱스토어에 올릴게!

 

내 개인적인 욕심과 자신감으로 회사를 더 어렵게 만드는 선택을 해버렸다. 사실 이 회사를 성공시키기보다 실제로 릴리즈된 어플리케이션을 운영해보며 개발을 배우고 창업이 어떤 것인지 직접 경험해보고자 창업을 결정을 한 것이었기에 iOS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우리에겐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한명 더 있었고 실제로 유지보수를 하기 위해 iOS 개발자는 언젠가 필요하니 회사 입장에서도 아주 반대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이는 개발을 익히고 적용하는 나의 능력에 배팅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릴리즈될 어플리케이션은 비단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 뿐만 아니라 메모리, 보안 및 유지보수의 용이성을 위한 디자인 패턴 등등 더 많은 것들을 신경써야 했다. 이 모든 걸 공부해서 빠르게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겠다니! 개발을 공부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개발자의 과한 자신감이었다.

 

 배팅은 나름 성공적이었고 이런저런 에러는 겪었지만 iOS 어플리케이션도 무사히 출시되었다. 안드로이드 개발을 통해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이해가 있던 상태였기에 배우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iOS 어플리케이션 출시에 있어서는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 등을 따르는게 더 어려웠다. 플레이스토어에 비해 뭐 이리 앱 등록이 어려운건지... 그렇게 우리는 안드로이드와 iOS 둘 다 서비스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한 유저의 불만은 없어졌다. 다만 어플리케이션의 버그로 인한 불만이 2배로 늘었을 뿐이다. 유지보수할 코드도 2배로 늘었고. 함께 했던 안드로이드 개발자는 2번 바뀌었고 모두 다 나와 같은 동아리 출신이었다. 나는 안드로이드 개발을 가르쳐주면서 같이 공부하자는 제안으로 개발자들을 섭외했지만 정작 iOS 개발을 공부하느라 그들에게 별로 메리트를 주지 못했다. 그들 모두 우리 회사에서 크게 얻어갈 것이 없었기에 오랫동안 함께하지 못했다. 2016년 12월 마지막날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나간 이후로 개발자를 더 영입하지 않았다. 난 안드로이드와 iOS 둘 다 개발이 가능했고 인건비로 쓸 재정적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난 혼자 개발을 하게 되었다.


  글을 다시 쓰면서도 느낀 거지만 정말로 난 혼자 개발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보다 더 잘하는 사수에게서 개발을 배우거나, 또는 개발 경험이 부족한 개발자와 함께 성장하고 싶었다. 하지만 회사의 재정적인 상황과 혼자서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나의 역량 때문에 결국은 혼자 하게 되었다. 내가 해야할 일이 정말이지 적지는 않았다. 안드로이드, iOS 둘 다 네이티브였고 Node.js 기반의 서버, 서비스 운영을 위한 html 기반의 매니저 웹과 AWS, 데이터베이스 관리 등등.

 하지만 동시에 나는 엄청난 성장을 할 수 있었고 회사도 인건비를 많이 아낄 수 있었다. 처음 우리 회사의 개발 총괄자는 반쪽짜리 안드로이드 개발자였지만 이제는 서비스 하나를 혼자서 운영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었다. 물론,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배워야할 것들이 산더미같이 쌓여있고 아직 어플리케이션은 온전하지 못하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2018년에도 나는 누구보다도 빠르게 성장을 할 예정이다

  

 이후로는 스타트업의 1인 개발자로 경험하고 느낀 모든 것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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