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tour 조지아 편 1] 설레는 마음으로 그곳을 맞이하다
수년 전 퇴사한 후배의 한마디 답변이 시작이었다. (내가 알기론) 약 3년에 걸친 세계여행을 새끼발톱 때만큼 적은 퇴직금을 밑천 삼아 다녀온 그 후배에게 난 물었었다. 이미 그 후배는 대한민국 외교부가 검게 칠하지 않은 곳을 제외하고 갈 수 있는 대부분 국가에 자신의 발도장을 찍은터였다.
“그래서, 살다가 딱 한 번 여행을 더 갈 수 있어. 그럼 어디 갈래?”
“음, 조지아죠. 정말 좋아요.”
음, 조지아라. 나름 네임드 언론사라지만 어지간한 중소기업보다 훨씬 못한 월급을 받아가면서 근근이 버틴 지 만 9년. ‘돈 모아서 뭐하나. 건강할 때 날 위해 쓰자’며 매년 이곳저곳을 다닌 나다. 조지아라는 곳은 그런 내게도 생소하게 다가왔다.
“응? 커피가 유명한 그곳?”
미국 조지아주와 코카서스 3국 중 하나인 조지아를 도무지 구분하지 못해 던진 이 질문(이 글을 쓴 뒤에야 안 사실. 그 조지아 커피는 미국 조지아도 아닌 일본 코카콜라에서 만든 브랜드라고 한다)은 부메랑이 됐다. 내가 조지아를 다녀온다고 동네방네 떠벌리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만난 많은 지인 중 단 한 명을 빼고 커피와 조지아를 연상하며 내게 똑같이 묻곤 했다. (나도 그랬기에 이 질문을 받을 때면 꽤 성실하게 답하곤 한다)
사실 조지아 외에도 후배는 몇몇 후보지를 내게 얘기했었다. 근데 왜 난 조지아만 기억하고 있었을까. 이 글을 쓰면서 아이폰 메모장을 확인해봤다. 2017년 8월 24일 오후 9시 01분. 장소는 아마 홍대나 합정 쪽으로 기억한다. 그 후배는 내게 조지아 외에도 마XXXX, 몬XXXX, 세XXX 등을 설파했었다. 역시 인간이란 기억하고 싶은 대로 가는 법. 그나마 어설픈 내 메모 습관 덕에 다음 여행지 후보가 이미 정해진 것 같다.
약 2년이 지나 난 꽤 유명한 지인(그분과의 협의에 따라 추후에 공개할 수도 있다)과 압구정역 3번 출구 탐앤탐스에서 작당 모의를 하고 있었다. 출국날짜는 7월 6일. 그전까지 우린 카페에서 아이폰과 수첩을 펼쳐놓고 그곳에 대한 정보(를 가장한 연애 이야기 등)를 하나둘 섭렵해 나갔다.
구약성경의 무대기도 했던 오랜 역사가 숨 쉬는 땅, 흑해를 낀 바다, 천혜의 자연이 숨 쉬는 곳, 무엇보다도 와인이 처음으로 발견된 와인의 고향, 어딜 가든 아름다운 여성과 효도르 기운을 뽐내는 남성들을 만날 수 있는 곳. 포장도로보다 비포장 도로가 많으며 종종 소와 말, 개들이 차로를 점령하는 평화로운 그곳으로 우리가 간다.
더 이상 커피 광고에 자동 호출되는 조지아는 내 머리에서 사라질 것이다. 대신 와인과 트레킹, 힝깔리와 돼지고기 꼬치 요리, 육개장 맛이 나는 매콤한 수프의 기억으로 채울 것이다. 수도 트빌리시를 지나 도시와 도시를 다니기 위해 렌터카를 예약했다. (이 렌터카는 여행 첫날부터 우리를 지치게 한 원인이 되고 만다) 둘 다 마냥 시간이 많진 않기에 최대한 비행시간이 짧은 항공사를 택하자!
13일의 여정이 그렇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