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에 가장은 숙소 선정
여행가는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항상 나는 여행을 가자는 쪽이고 (나 아니면 여행을 가자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도 없다) 가자는 사람이 어레인지를 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매번 어레인지는 내가 했다. (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한다!) 다만 모두가 만족했으면 좋겠는다는건데.. 애초부터 달성하기 불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모두가 만족하는 여행이라니. '3대가 만족하는' 이라고 썼지만 '2대가 만족하는' 이라고 읽는다. 중간에 껴있는 나의 취향과 선호 따위!
그래도 다녀오고 나면 참 좋다. 문득 문득 생각날 때는 다녀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할 거리고 생기고, 아이는 특히나 잊을만하면 갑자기 놀이 하다가도 걸어가다가도 그 여행 또 가고싶다! 이야기 하기도 한다. 그래 나도 누가 이끌어주는 여행 못이기는척 몸만 가보고 싶다!
3대 여행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숙소 선정이다. 엄마는 목욕탕이 꼭 있어야 하고, 딸은 수영장이 꼭 있어야 하고. 이게 생각보다 어렵다. 나는 이들이 행복하면 그냥 행복하다. 부모님을 모시고 갈 때 키즈펜션은 다소 정신이 없을 수 있다. 나에게도 알록달록한 놀이 기구들과 한 방에서 자는 건 아이들 친구들이랑 같이 여행갈 때로 충분하다. 에어비앤비는 웬만하면 수영장이 없고, 호텔은 방 안에 욕조가 없고. 있는 곳은 가격이 사악하다.
그러던 중 부산 아난티 앳 코브 커넥팅룸을 찾게 됐다. 방 2개를 이어 쓸 수 있다는 점이 호기심을 자극했고 무엇보다 마음이 동했던 건 밖을 보면서 반신욕을 할 수 있는 탕이 있다는 것. 이 사진을 보고 바로 넘어가버렸다. 결론은 가족들 모두 대만족! (협찬 아님 주의)
사실 숙소 예약은,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보면 여행하느라 숙소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적은 편인데, 호텔 부대시설이나 특히나 뷰에 혹해서 더 비싼 옵션을 선택하고 막상 시간에 쫓겨 이용해보지도 못하는 시설들도 많이 있었으니까. 커넥팅룸은 오션뷰가 아니라서 약간 망설여지긴 했지만 그래도 대안이 없었다. 커넥팅룸 자체가 없는 호텔도 있고 있더라도 휴일이 껴있는 날짜에 방이 남아 있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직 남아 있어줘서 감사한 마음으로 바로 예약을 진행했다.
결론은 대성공. 아이도 수영장을 참 좋아했다. 8살 아이 답지 않게 노천탕을 좋아한다. 6월초의 부산은 아직 바람이 찼다. 다행히 수영장 물의 온도가 차갑지 않았고, 40도 가까운 탕도 야외에 두 개나 있어서 거기서 몸을 지지면서 시간을 보냈다. 물론 나 말고 딸래미가.
2박 3일의 짧은 여행 중에 꾸역꾸역 욕조에 몸담글 시간을 마련했다. 꽉채워서 여행하는 습관을 버리려고 애쓰는 중이다. 죽도밥도 안되는 여행 경험을 꽤 해왔던지라 호텔에서 무위의 상태에 있는 시간도 꼭 마련하리라 다짐했다. 이 시간을 엄마는 참 좋아했던 것 같다.
그 다음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여행루트 짜기. 숙소에서 끝난것이 아니다. 어쩌면 더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맛집은 아무리 어른 중심 메뉴라도 웬만하면 어린이 돈가스 정도는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8세도 좋아하고 60세도 갈 수 있는 장소들 골라서 효율적으로 동선짜기란. 옵션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줄어든 옵션이 모두 엑기스였다. 온천수가 나오는 수영장, 해변 열차 그리고 캡슐 열차, 용궁사는 약간 8세 기준에 자칫 짜증낼 수 있지만 초입에 있는 아이스크림으로 입막음을 시도한다. 중간에 호텔에 와서 무위의 시간을 갖고 저녁에는 돼지 국밥을 먹으러 간다. 생각지도 못하게 조개구이에서 미끄러졌는데, 굽는데 나오는 연기를 엄마가 그렇게 싫어할 줄은 몰랐지뭐야.. 그래도 바다 앞이고 숙소와 가까웠고 맛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대망의 마지막 날은 롯데월드. 60대 엄마가 조금 힘들 수도 어떻게 보면 무료할 수도 있었지만 아이 숙제와 학원을 롯데월드로 꼬셔왔기 때문에 흐린눈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예보상 흐린 날로 동선을 짰다.
짧아서 아쉬웠지만 그만큼 더 소중했던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도 노션에 정리해두었던 숙소 리스트를 뒤져보다가 선택했다. 여행 계획도 물론 틈틈히 노션으로 정리해두었다. 일상을 모두 노션으로 만들어버리는 엄마.. 노션이 있어서 참 고맙다. 잘 까먹고 덤벙대고 정리 안되는 나에게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있다. 다음 여행도 노션에 정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