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생활을 하던 23살.
처음으로 가슴 뛰는 순간이 그려졌다.
내가 쓴 드라마를 보고 많은 사람이 즐거워하고,
다음 회차, 다음 작품이 나오기만을 기대하는 것.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장면이었다.
이전에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건 가장 강렬했던 순간이 바로 그때였다는 점이었다.
나는 곧바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행동을 시작했다.
스토리, 드라마와 관련한 책들은 닥치는 대로 사서 읽었다.
그리고 전역하자마자 전과 시험에 합격해서 과를 옮겨 문예창작학과 학생이 될 수 있었다.
그때부터 나 스스로를 작가 지망생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지망생을 떼어내고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숱하게 찾아왔던 어려움과 위기는 그저 자연스럽게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 정도로 생각하며 이겨냈다.
하지만 그렇게 8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르자 확신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서른이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과 합쳐지자 작은 균열은 두려움과 공포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작가 지망생으로 모든 시간을 보낸 내가 다시 취업을 준비한다면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떠오르는 게 정말 하나도 없었다.
그동안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는 생각에 자존감은 바닥까지 떨어졌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조차도 두려웠다.
내 인생의 바닥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그 시기를 꼽을 수밖에 없었다.
바닥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에서 9개월이 지난 후에, 제가 쓴 웹소설은 공모전 수상작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작가 지망생이 아닌 작가라고 불리게 되었고 스스로도 다시 자신감을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9개월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사실 그 시기를 돌아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아직 작가로서 유명하지도 않고 개인적인 목표를 이룬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저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용기를 내어보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기록을 남겨두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도 있고요.
그때 당시에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떻게 했는지 하나씩 적어보려고 합니다.
매일 적어두었던 당시의 일기를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