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앞두고 문득 시간을 돌아보니 어느덧 서른을 넘어가고 있었다.
항상 20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낯설었다.
자연스럽게 이제까지 해왔던 것들을 돌아보게 됐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의지로 지망생의 삶을 시작한 지 어느덧 8년 차였다.
8년 동안 무언가 분주하게 하긴 했던 것 같긴 한데.
아직 내 이름으로 된 작품이 없다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 있게 내놓을 습작 하나 없었다.
자연스럽게 스스로 물을 수밖에 없었다.
나 도대체 이제까지 뭐한 거지?
깊은 곳에서 작가로서 재능이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곧바로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 세례를 퍼붓기 시작했다.
8년을 하고도 이 정도인데 정말 내가 정말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취미 정도로 남겨두고 다른 일을 시작해야 하나?
앞으로 몇 년 더 작가 지망생으로 지내다가 나이가 많아져서 어떤 회사에도 가지 못하게 되면 어쩌지?
그렇다고 당장 직장을 구한다면 지금으로서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목표로 했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은 나를 걱정의 늪으로 무자비하게 밀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일 때마다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존감이 무너지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이쯤에서 포기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
8년을 해서 자신 있는 습작 하나 없는데 앞으로 몇 년 더 한다고 뭐가 달라질 수 있을까?
하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직장을 다니는 삶은 상상만으로도 아찔함이 밀려왔다.
직장 생활이 싫다는 게 아니라 작가로서 살아가지 못하면 행복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분명히 작가의 꿈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글을 써서 돈을 버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버거울 정도로 밀려오는 걱정 때문에 한동안 밤에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나고.
나에게 딱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올해 1년만 후회 없이 해보고 마무리하자.
솔직히 대단한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아무리 못해도 후회만큼은 남기고 싶지 않았다.
포기할 때 포기하더라도 조금의 미련도 남기지 않고 싶었다.
내 목표는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보고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정말 그거 하나였다.
그때가 2021년 1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