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을 읽고 공부하면 할수록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와 어떤 걸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가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나에게는 드라마 대본 보다는 웹소설을 쓰는 게 더 잘 맞는 것 같다는 것을 점점 확신하게 됐다.
두 가지는 비슷한 점이 많긴 하지만 엄연히 다른 분야였다.
드라마 대본은 소설처럼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영상화를 위한 글이었다.
따라서 영상 촬영을 위해 설계도와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게 역할이었다.
반면 소설은 텍스트로 시작해서 텍스르토 끝났다.
순수하게 텍스트만으로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업이었다.
나는 순수하게 텍스트를 다루는 게 더 잘 맞는 것 같았다.
영상을 염두해둔 글보다 텍스트 자체로 상상력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게 훨씬 편하게 느껴졌다.
나도 몰랐던 적성을 찾았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인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던 찰나에 문제 또한 동시에 찾아왔다.
이유는 바로 정말 하기 싫다는 점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웹소설의 첫 느낌은 유치했다.
제목만 봐도 내 취향과는 너무 안 맞을 거라는 걸 직감으로 눈치챌 수 있었다.
장르에서도 게임 판타지, 헌터물, 성좌물, 망나니물 등등.
처음 들어보는 용어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혹시나 오해를 불러올까 걱정되어서 한 마디를 더하자면 작품성이 낮다는 뜻이 아니라 제목과 용어에서 느껴지는 첫인상이 그랬다는 의미다.)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걸 찾았지만, 나는 그게 진짜 하기 싫었다.
하지만 이게 아닌 다른 선택지를 선택해서 성공할 가능성은 훨씬 희박할 것 같은 상황이었다.
나에게 왜 이런 상황이 주어진 걸까.
그냥 내가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를 잘할 수 있었다면 정말 최고였지 않을까.
너무도 잔인한 딜레마였다.
그리고 그날 한참 동안 정말 펑펑 울었다.
아마 성인이 된 이후에 그렇게 울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민이 끝나는 건 아니었다.
뭐가 되었던 결정은 내려야 했다.
계속해서 드라마 습작을 할지 새롭게 웹소설을 도전할지.
어느 것도 쉽게 결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깊은 고민에 빠진 채로 몇 주를 보냈다.
그러다 한 작품을 만나게 됐다.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 주었다.
바로 얼마 전에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재벌 집 막내아들>이었다.
<재벌 집 막내아들>을 읽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내 취향에 정말 딱 맞는 작품이었다.
그렇게 300화가 넘는 작품을 며칠 만에 작품을 모두 읽었다.
그리고 나서야 내 고민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웹소설이라는 시장에 완전히 확신을 가진 건 아니었지만, 결정은 할 수 있었다.
이런 작품도 시장에 있다면, 게다가 좋은 결과까지 얻었다면 충분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겹게 내린 첫 발이었다.
그렇게 나 스스로를 부르는 호칭이 드라마 작가 지망생에서 웹소설 작가 지망생으로 바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