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토리 빌더 IRON Jan 23. 2024

다시 한번 변화해야 할 시간이다

2013년에 처음으로 작가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됐다.

그때 내 목표는 드라마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드라마 작가라고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만큼이나, 당시에는 글 쓰는 사람 중에 드라마 작가가 제일 유명하면서 인정받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내가 왜 MBTI에서 E 성향으로 나왔는지가 이해됐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OTT 서비스가 그렇게 대중화되어 있지 않았다.

드라마를 포함해서 TV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는 본방 시간에 맞춰 기다려야 했다.

시청자들이 TV 드라마가 시작할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는 게 익숙한 풍경이었다.

나도 열렬하게 기다리던 시청자 중 한 명이었다.


내가 만든 이야기를 보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이 방영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만으로도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순간만을 생각하며 지망생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2013년과 2021년은 정말 어마어마하다는 말도 부족할 정도로 변화했다.

다른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2013년에도 우리는 스마트폰을 쥐고 있었지만, 지금만큼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었다.


2013년만 해도 TV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지만, 이제는 모바일의 시대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삶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구독 모델 OTT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본상 사수를 하려고 기다리지 않는다.

게다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수도 어마어마하게 많아졌다.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드라마 산업이 커지면서 앞으로 작가의 영향력이 줄어들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세상이 바뀐 만큼 나도 변화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2021년 드라마 작가 지망생에서 웹소설 작가 지망생으로 전향하게 됐다.

그리고 다이내믹한 1년을 거치며 웹소설 작가가 될 수 있었다.







웹소설 작품을 계약하게 되면서 2022년에는 첫 작품을 쓰느라 정신이 없었다.

2023년 1월이 되어서야 작품을 마무리하고 약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던 중에 또 한 번의 커다란 변화가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영상의 시대, 숏폼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그전까지는 나와 거리가 먼 분야라고 생각했다.

글을 쓰는 건 익숙하고 편하게 할 자신이 있었지만, 그림이나 영상 촬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랬던 탓에 영상이나 웹툰의 영역에는 접근할 엄두도 내지 않고 있었다.


지금도 영상과 그림은 전혀 할 줄 모르는 건 마찬가지다.

다만 최근에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

정신없이 휘몰아치고 있는 AI의 발전이다.


텍스트 입력만으로 이미지를 생성하질 않나, 영상을 만드는 것도 가능해졌다.

게다가 발전의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다.

점점 사용하기도 편해지면서 코딩이나 디자인 지식을 갖추지 않아도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한 둘이 아니다.

실제로 몇 가지 AI 툴을 활용해 보니 내 실력으로는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는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공부하는 시간을 포함해서 고작 1시간도 걸리지 않아서 말이다.


변화에 맞게 그다음을 준비해야겠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다.

지금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직감이라고 할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드라마와 웹소설 작가를 준비하며 갈고닦았던 스토리텔링 지식으로 AI를 활용한다면 또 하나의 경쟁력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웹소설이 끝났다는 건 아니다.

웹소설 자체도 시장이 결코 작은 게 아니다.


게다가 웹소설이라는 장르가 가진 강점도 여전히 분명하게 존재한다.

가장 적은 기회비용으로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테스트해 볼 수 있고, 시장에서 인정받는다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건 물론이고, IP를 웹툰이나 드라마로 확장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있다.


반면, 아쉬웠던 점은 파급력이 SNS에 비해서 빠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파급력이 커지려면 기본적으로 지금보다 독자들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영상의 시대를 넘어 숏폼의 시대가 도래한 시점에서 모바일로 장편 소설을 읽는 독자가 늘어나기를 바라는 건 무리이지 않을까.





앞으로 몇 년 후 아니 몇 달 뒤에 어떤 상황이 펼쳐져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확실한 건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TV와 PC 시대에서 모바일 시대로 바뀌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AI의 등장은 패러다임을 바꿔놓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렇다면  글을 쓰는 작가로서도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스토리 작가’라는 내 정체성에는 10년 동안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스토리를 어느 플랫폼에 어떤 방식으로 펼쳐낼 것인가에 대한 차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 번의 변화를 해야 할 시간인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업 작가가 되면 당연히 행복할 줄 알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