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수익을 보장해 준다는 지인의 말에 아버지는 1,700만 원이라는 거금을 의심 없이 선뜻 맡겼다. 평소에 남을 쉽게 믿는 성격도 아닌데 지인분이 꽤나 아버지 환심을 산 모양이다. 지난 4월 투자금을 지인에게 송금하고 한 달에 20만 원에서 34만 원을 수익금으로 받고 있었다고 한다. 지인이라는 사람은 투자 회사에서 보내주는 해외여행도 다녀왔다는 게 두 말할 것 없이 다단계 투자 사기가 확실하다.
‘두 딸과 사위 한 명이 경찰관인데 사기를 당하다니......’ 부모님께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을 철저하게 시켜왔다고 생각했다. 결제 안 한 제품의 결제 문자를 받고 전화를 하도록 유도하는 수법, 부고문자 등을 클릭하게 하는 수법, 검사, 금융기관 사칭 등등. 1,700만 원 적지 않은 돈이다. 특히 소득이 없는 80대 노인에게는 정말 큰돈이다. 돈을 돌려받지 못할 확률이 99프로라도 생각했는데 의외로 무사히 돌려받았다. 급하게 돈이 필요한 상황이 있어 투자금 회수하겠다고 했더니 순순히 투자금을 송금해 주었다(다행히 돈을 돌려줄 수도 없는 지경에는 이르기 전이었나 보다)
아버지께 수익금을 받으려다 원금을 통째로 날려 사기당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말하며 다시는 투자 같은 건 하지도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알겠다”라고 하면서도 “본인이 어디 사기당할 사람이냐?”라고 말씀하시는데 영 미덥지 않다. 고수익의 투자를 약속하고 얼마간 수익금을 잘 주면서 신뢰를 쌓고 난 후, 주변 사람까지 끌어 들어 투자금을 받은 후 나중에 수익금을 못 주게 되고 원금까지 돌려주지 못하게 되는 것이 거의 공식 수준이다.
투자 사기를 피하려면 투자 전 세 가지만 생각해 보길 당부하고 싶다.
1. 투자 시 시중 금리보다 훨씬 높은 금리가 보장된다는 게 애초에 가능한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원금을 잃을 리스크도 당연히 커져야 한다.
2. 위험성은 없고 수익성은 높은 투자라면 다른 사람들도 투자하려고 안달일 텐데 그 좋은 기회가 어떻게 나한테까지 쉽게 올 수 있었을지(사기니까) 생각해 보자.
3. 믿을만한 사람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 믿을만한 사람도 처음에는 사기인지 모르고 다른 사람을 끌어 들었을 수도 있다. 사기를 당한 후 하나같이 피해자들은 “그 사람이 사기 칠 줄 꿈에도 몰랐다”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기를 치기 위해 신뢰를 쌓는 것은 사기범의 범행을 위한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
돈 버는 게 언제는 쉬웠겠냐만 요즘같이 월급은 그대로고(경기침체에 자영업자도 위기),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는 때 사기 투자에 현혹되어 소중한 재산을 날리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