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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기 Sep 03. 2023

여행의 목적

* 표지 사진 : 핀란드 헬싱키의 어느 바닷가


새로운 것을 접하기 위한 여행      


내가 주로 여행을 하는 이유는 보다 넓은 세상에서 하나라도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고 싶어서였다.


회사를 다닐 때도 매년 설, 추석연휴, 여름휴가, 겨울휴가 등 매 휴가 때에는 가까운 곳이라도 꼭 외국을 나가 최대한 많이 돌아다니고 많은 것을 보려고 노력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2012년 싱가포르 여행과 2015년 회사를 그만둔 후 진행된 약 2년간의 여행이었다.      


싱가포르 여행은 회사 업무에 바빠 여름휴가를 사용하지 못하여 10월에 엉겁결에 휴가를 내고,

출발하는 날 아침에 비행기 표와 호텔을 예약,

책방에서 가이드 북 하나를 사가지고

비행기 티켓을 구매한 당일 오후에 출발하게 되었다.      

싱가포르 도심

도착 후 매일 아침 호텔에서 조식을 먹으며 그날 어디를 돌아볼까 루트를 짰고 사람들이 흔히 가는 관광지뿐만 아니라 차이나타운, 리틀 인디아, 부기스(무슬림 거주지역) 등을 행군하듯 돌아보았다. 또, 하루는 금융가를 돌아보았다.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하던 경향은 2015년 회사 퇴사 후 진행된 여행에서 더 강화되었다.      


퇴직금을 받아

근무시간과 강도가 비교적 적은 북유럽과

제조업이 발달하고 지방이 골고루 발전한 독일에서 삶의 새로운 길을 찾아보고 싶었다.      


약 세 차례에 거처 진행한 총 1년 8개월간의 여행 중 8~9개월 정도를 그 두 곳(북유럽과 독일)에서 보낸 것 같다. 그때 여행의 목적은 선진국에 대한 지식을 높이기 위한 여행이었다.         

  



감성적인 여행


오랜 여행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인터넷에 그 내용들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여러 사람들의 글과 논쟁을 보게 되었는데, 비교적 중년 정도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감성적인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내용을 보았다. 그때에는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기를 여행의 목적으로 했기에 나도 어르신들과 같은 입장이었는데, 그 이후 사람들에게 더 영향력이 있는 여행기를 보면      


여행을 다니며 순간적으로 느낀 자신의 감정을 사진으로 캡처하듯 남긴 글들이었다.

그러한 글들이 같은 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호응을 얻는 것이다.    

  

핀란드 헬싱키의 어느 거리

사실 그렇고 보면 지식과 정보는 가이드 북에서 얼마든 볼 수 있지만 자신이 느낀 감정들이 결국은 자신이 여행한 결과물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거리의 카페에서 멍~때리는 것조차 귀중한 목적이 된다.      


이제는 지식과 배움만을 여행의 결과물로 여기는 여행은 조금은 꼰대와 같은 느낌이다.

굳이 무엇을 남길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쉼과 여유


나이가 어느덧 초기중년?! 정도 된 것 같다. 이제 나에게 여행은 쉼이다. 원래 감성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먼 성격이기에 이제까지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한 여행을 하였는데, 그렇게 머릿속에 하나하나 채우다 보니 진정한 쉼이 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요즈음에는 쉼을 위해 가던 곳을 또 가거나 아니면 볼거리가 적은 곳을 오랫동안 있도록 노력한다. 천천히 쉬면서 더 좋은 사진을 남기고 더 좋은 기억을 수집한다.      


누군가가 이야기했다.

“여행 후 남는 것은 사진뿐이다.”      


이 말에 동의한다.

여행은 추억을 남기게 되고 그 추억을 되살려주는 것이 시각화된 사진이기 때문이다.      

덴마크 훔레백의 바닷가

블로거들은 사진과 감정을 블로그에 적음으로써 자신의 좋았던 추억을 되새기는데, 이것이 은근히 중독성이 강하다. 그리고 좋은 습관인 것 같다.      


그러한 것이 아니더라도,

남는 것이 없더라도,

그냥


“여행”이 “여행으로서만”이 좋은 것 아닐까 싶다.


자, 이제 다음엔 어디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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