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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기 May 01. 2024

사도행전 속 고대 아테네

여러분 고대 그리스에 관하여 생각한다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그리스신화, 아테네와 스파르타, 민주주의,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학자, 올림픽, 파르테논 신전, 영화 300 등 다양한 생각이 떠오르실 것입니다. 그중 신들의 왕 제우스, 현대 한국에서는 화장품 브랜드로도 유명한 헤라(제우스의 아내), 바다의 신 포세이돈, 지혜의 여신 아테나 등이 활약하는, 그리스신화는 고대 그리스 이후 로마 시대를 거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부르는 태양계 행성의 영어식 표현의 기원이 바로 그리스신화를 계승한 로마신화의 신들의 이름에서 비롯되었으니 말이죠. 특히 요즈음 초등학생들에게 그리스신화가 유행하는 것을 보면 그리스신화는 남녀노소 어느 때나 모두에게 인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파르테논 신전

한편, 고대 그리스는 산과 바다로 이루어진 지형 때문에 ‘폴리스(Polis)’라고 부르는 도시국가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아테네, 스파르타, 코린트, 아르고스, 테베, 올림피아, 델포이 등 다양한 도시국가 중 아테네와 스파르타라는 도시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그중 아테네는 현재 그리스의 수도이기도 하며 인류사회에 민주주의라는 큰 선물을 준 곳이기도 하죠.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은 유네스코(UNESCO)에 등록된 첫 번째 세계문화유산이며 유네스코 마크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파르테논 신전이 지혜의 여신 아테나(로마신화 이름 미네르바)를 위한 신전인 것을 보면 아테네 사람들이 지혜와 지식에 관하여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더 발전하여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철학과 민주주의라는 꽃을 피우게 되었죠. 이후 그리스 아테네를 정복한 국가는 오히려 그리스의 정치, 철학, 문화 등에 영향을 받게 되었고 그것은 현대 유럽과 서구에까지 전승됩니다.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

이제까지 이야기한 그리스 아테네를 나타내는 두 가지 키워드인 ‘그리스신화’와 ‘지혜와 지식 추구’에 관한 내용은 성경 사도행전 17장에도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사도행전 17장 16 ~34절>


[16 바울이 아덴에서 그들을 기다리다가 그 성에 우상이 가득한 것을 보고 마음에 격분하여]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리스신화는 인간이 창작한 재미있는 전설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당시 고대 그리스 사람들에게는 신앙의 대상이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그리스 신들을 진지하게 믿었겠죠. 지금은 파괴되었거나 보전을 위해 박물관으로 옮겨 보관하겠지만 고대에는 그리스 신들의 석상들도 아테네 곳곳에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크리스천들에게 하나님 이외의 신은 우상이므로 16절에 바울이 이야기한 “우상”이라는 것은 바로 그리스신화의 신들이라는 것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17 회당에서는 유대인과 경건한 사람들과 또 장터에서는 날마다 만나는 사람들과 변론하니]

[18 어떤 에피쿠로스와 스토아 철학자들도 바울과 쟁론할새 어떤 사람은 이르되 이 말쟁이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느냐 하고 어떤 사람은 이르되 이방 신들을 전하는 사람인가보다 하니 이는 바울이 예수와 부활을 전하기 때문이러라]      


17, 18절을 보면 바울이 변론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특히, 당대 철학의 주류였던 에피쿠로스학파와 스토아학파 철학자들과 논쟁합니다. 중고등학교 세계사 과목을 기초로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에피쿠로스학파는 감각적 경험과 인간의 행복(쾌락)을 추구하는 학파이며 스토아학파는 이성과 금욕주의적인 삶을 강조하는 학파입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이 두 학파의 철학자들과 바울은 토론을 합니다.     


[19 그를 붙들어 아레오바고로 가며 말하기를 네가 말하는 이 새로운 가르침이 무엇인지 우리가 알 수 있겠느냐]      


19절에 나온,

아레오파구스(Areopagus, 아레오바고)는 그리스 아테네의 중심이 되는 도시인 아크로폴리스 북서쪽에 있는 바위로 된 언덕입니다. 아레오바고 회의는 고대 아테네에서 가장 권위가 높은 회의였는데, 아테네로 들어오는 풍습, 도덕과 문화를 관장하였고 새로운 종교나 철학을 감독하는 역할도 하였습니다. 이에 더하여 법원으로서의 역할도 하였죠. 아테네 사람들이 바울을 붙들어 아레오바고로 갑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려고 합니다. 이제 그들의 풍습이자 문화를 알 수 있는 부분이 나옵니다.      

아레오파구스 언덕에 사람들이 서 있다.

[20 네가 어떤 이상한 것을 우리 귀에 들려 주니 그 무슨 뜻인지 알고자 하노라 하니]

[21 모든 아덴 사람과 거기서 나그네 된 외국인들이 가장 새로운 것을 말하고 듣는 것 이외에는 달리 시간을 쓰지 않음이더라]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은 지혜의 여신 아테나를 위한 신전입니다. 아테네라는 이름도 아테나 여신에게서 기원하였죠. 이를 보면 아테네 사람들이 ‘지식’에 대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볼 수 있고 이는 20절과 21절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즉, 아테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말하고 듣는 것 이외에는 달리 시간을 쓰지 않죠.      


‘어떤 생각에 동의하지 않고도 그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것이 교육받은 사람의 특징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 중 하나입니다. 즉, 아테네 사람들은 바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그들의 신화와는 다른 이야기이지만 기꺼이 궁금해하고 그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이제 바울이 이야기합니다.     

카리아티드(Caryatid) : 기둥으로 사용된 여인상


[22 바울이 아레오바고 가운데 서서 말하되 아덴 사람들아 너희를 보니 범사에 종교심이 많도다]      


바울은 아테네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아레오바고 회의에서 그들이 종교심(그리스신화)이 많은 것을 보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합니다. 그리고 바울의 이야기를 듣고 몇몇 사람이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복음을 받아들입니다.      


[31 이는 정하신 사람으로 하여금 천하를 공의로 심판할 날을 작정하시고 이에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리신 것으로 모든 사람에게 믿을 만한 증거를 주셨음이니라 하니라]      

[34 몇 사람이 그를 가까이하여 믿으니 그 중에는 아레오바고 관리 디오누시오와 다마리라 하는 여자와 또 다른 사람들도 있었더라]      


바울이 복음을 전파하여 아레오바고 관리와 몇몇 사람이 예수님을 믿게 됩니다. 길이상 중간 부분을 생략하였는데, 사도 바울이 아테네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는 장면인 사도행전 17장 16 ~34절 중 제가 생각하는 백미는 바로 28절입니다.     


[28 우리가 그를 힘입어 살며 기동하며 존재하느니라 너희 시인 중 어떤 사람들의 말과 같이 우리가 그의 소생이라 하니]      


바울은 이미 그리스 시인에 관하여 알고 그의 말을 인용하여 말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바울이라는 당대의 지식인을 어떻게 사용하시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죠.      


예수님의 제자들은 어부 출신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새로운 부대에 새 포도주를 담듯 제자들을 부르십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새 부대에 새 포도주를 담듯 예수님의 복음을 전심으로 받아들입니다.   


반면 바울은 다릅니다. 당대 유대 최고의 랍비인 가말리엘에게서 수학하고 이미 유대교 지식에 박식하여 당시 유대인들이 생각하는 메시아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선입관이 있어, 예수님이 다메섹(다마스쿠스)에서 직접 만나주시기 전까지 예수님을 메시아로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유대민족은 앗시리아,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헬라제국(마케도니아), 로마까지 수백 년에 걸쳐 지배를 받았습니다. 보통의 유대인들 속에는 메시아가 온다면 이 지긋지긋한 지배상황이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가 기다리던 메시아는 모든 적을 당장 섬멸하고 로마의 압제로부터 유대인들을 정치적, 경제적으로 해방하며 유대왕국을 솔로몬의 시대처럼 다시 부흥케 하는 존재였을 것입니다.     


반면에 십자가에 달리사 우리의 모든 죄를 사하시며 유대인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를 구원하시고 사흘 만에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그의 선입관에 기초한다면) 메시아로서는 너무 연약한 존재였습니다.     


한때 예수님의 제자들도 이 세상에서 강한 메시아를 기대했던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앞으로  것이라 생각한 왕국에서의 순위 싸움도 했으니까요. 다만, 율법에 능통하고 당시 유대 사회의 주류에 속해 있었던 바울과는 그 시선이 달랐을 것입니다. 제자들과 달리 예수님의 사역과 기적을 눈앞에서 체험해본 적이 없는 바울에게 나약해 보이는 메시아는 거짓이었고,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은 거짓을 조장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성도들을 핍박하는 바울을 다메섹(다마스쿠스)에서 만나주십니다. 다메섹에서 예수님을 직접 만난 후 회심한 바울은

유대교 지식과 헬라 지식에 능통하였고 로마 시민권까지 있어서 그리스와 아테네, 소아시아(아나톨리아/현 튀르키예), 유럽, 로마까지 복음을 전하사역자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놀라우신 계획이죠. 하나님께서는 예수님의 제자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사도 바울을 사용하십니다.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이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사도행전에는 고대 아테네의 ‘그리스신화(성경에서 말하는 우상숭배)’와 ‘지식 추구’에 관한 당시 시대적 배경과 풍습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리고 당대의 지식인 바울은 그 풍습을 이용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성경에는 각 시대의 시대상을 반영한 역사적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구약성경인 다니엘서에는 바빌로니아와 페르시아에 관한 역사적 사실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 시대 일정 부분에 관하여는 성경 외에 남아있는 자료 문헌이 많지 않고 성경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정보와 자료도 있어 여러 학자들이 고증을 위하여 성경을 공부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성경을 통해 치밀하게 일하십니다. 성경은 그 어떠한 신화와 같은 허구적인 이야기가 아닌 하나님께서 우리 역사에 실제로 일하시는 이야기입니다. 고대 근동의 이야기를 볼 때 성경을 함께 보며 하나님의 일하심을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성경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가까이 해야겠습니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 참고로 마지막 사진의 위에 있는 모든 사진은 아크로폴리스 내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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